우리 속담에도 "제 눈의 안경"이라고 같은 인물일지라도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각기 평가가 다를수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이와 다르다.
가령 세종대왕은 누가 뭐래도 명군이고 고대로마의 네로황재는 폭군이다.
구소련의 스탈린(1879~1953)은 스탈리니즘이라는 이름이 사전에 오를만치
참혹한 일인독재를 했다.
그의 통치 방식은 "피의 숙청"과 개인적인 "절대적 우상화"로 요약된다.
10월 혁명의 지도자 레닌마저 유언장에서 "스탈린은 너무 저속한 인물"
이라며 불과 2년전에 공산당 서기장으로 임명했던 스탈린을 다른 인물로
교체할 것을 촉구했을 정도였다.
스탈린에 대한 비판은 그가 죽은지 3년뒤인 56년 제20회 당대회에서
흐루시초프제1서기에 의해 공식적으로 시작됐고 91년엔 공산체재가 붕괴
되고 만다.
이에 앞서 89년엔 폴란드등 동구권이 무너졌고 90년에서 독이 동독을
흡수통일 하므로서 냉전이 종결되고 만다.
재미있는 사실은 작년말에 워싱턴 포스트지가 21세기를 앞두고 지난
1000년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14개분야의 "1000년간의 최고"를 선정했는데
"가장 악한 사람"이 히틀러로 선정됐지만 스탈린이 폴 포트와 함께 거론
됐었다는 점이다.
그런 스탈린이 최근 북한에서 "사회주의 수호자""노동계급의 수령" 등으로
찬양받고 있고 스탈린 격하운동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레닌의 후계자로 첫 사회주의국가를 세계 강국으로
건설했다"며 추켜세웠고 김정일은 스탈린을 마르크스 레닌등과 함께
"노동계급의 수령으로 존대하며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한다.
북한정권으로선 스탈린이 김일성정권수립의 후견인이었고 6.25전쟁의
후원자였으므로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일성의 주체사상은 어디갔고 이제와서 스탈린을 찬양한다는 것은
시대착오도 보통 시대착오가 아니다.
또 그들이 이 시점에서 스탈린찬양논을 전개한다는 것은 스탈린의 생전
행적으로 볼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긴장하게 한다.
북한정권은 때아닌 스탈린찬양논보다 기아선상에 있는 주민 민생고를
해결하고 남북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