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는 규제완화를 가장 중요한 정부정책의 하나로 채택하고 여러개의
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욕적으로 규제완화 작업을 추진해 왔다.

계속적인 규제완화 결정사안의 발표, 규제완화를 위한 관련법의 제정,
이행실태의 점검 등 일련의 규제완화작업은 엄청난 성과를 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현시점에서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는 않다.

그간의 규제완화 정책을 종합해 평가한다면 수적으로는 많은 성과를
올린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지닌 규제완화는 매우
미흡하게 이루어져 외화내빈으로 요약될 수 밖에 없다.

피규제자인 국민과 기업도 규제완화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먼저 양적인 측면에서 규제완화를 평가하면 첫째 현재 존재하는 전체
규제에 비하면 완화된 규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즉 아직도 완화해야 할 규제의 절대량이 압도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

둘째 건수 위주로 규제완화가 추진돼 각 부처는 경쟁적으로 건수를
올리기 위해 동일사안에 대하여 건수를 조정하여 증가시키거나 중복해
계상했을 뿐 아니라 비규제완화및 규제강화의 사안까지 포함시켰다.

정부가 발표한 2,678건중에는 완전히 동일한 사안이 중복되어 있는 것이
19건, 정부기관이나 준정부기관에 대한 규제의 완화가 475건, 규제가
오히려 강화된 것이 93건, 규제완화가 아닌 것이 152건으로 739건(27.6%)이
실질적으로는 규제완화 사안이 아니었다.

규제완화를 질적으로 평가하면 첫째 규제완화의 성역이 존재하여 정책적
규제들이 규제완화에서 제외되었다.

통화관리, 물가안정, 수도권인구집중억제, 경제력집중억제, 부동산투기
억제 등의 정책과 관련된 규제완화는 각각 전체의 2.2%, 0.8%, 1.2%, 0.4%,
6.4%밖에 완화되지 않았다.

예컨대 통화관리에 관한 기본적인 정책방향및 수단의 전환없이는
금융관련 규제의 거의 대부분이 해결될 수 없고 물가안정에 관한 정책수단의
전환없이는 가격규제에 관한 규제완화는 불가능하다.

둘째 규제완화 본질인 경쟁촉진을 위해서는 진입규제나 가격규제와 같은
경쟁제한적 규제완화가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이러한 규제의
완화는 미흡했다.

기업활동과 관련된 사안 2,102건(79.0%) 중 가격규제 완화는 2.0%에 해당
하는 43건뿐이었다.

진입규제 완화는 23.9%(502건)로 수적으로 보기에는 많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나 대부분의 진입규제완화는 진입요건 중 한두개의 요건이 완화된
것이다.

또 실질적인 인.허가요건은 그대로 둔 채 외형상으로만 신고제나 등록제로
전환된 것이고 진입규제 자체가 완전히 폐지된 것은 많지 않았다.

이는 규제완화의 대부분이 경쟁을 촉진하기 보다는 기업활동의 애로요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산업별로 볼 때 규제완화의 상당부문이 서비스업(33.3%)에 대한
것이었고 기업활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13.8%)의 규제완화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규제가 많아 평소에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부분인 금융.
보험업(3.1%)관련 규제완화도 매우 미흡하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양적 질적 측면 외에도 일선공무원의 행태관행이 개선되지 못하여
규제완화 효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규제완화 이행률이 83.2%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대통령 지시사항인
규제완화 작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정부의 규제완화 추진태도에 있어 총론적 추진의지는 강했으나
각론적이고 구체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하려고 할 때에는 개혁의지가 후퇴하는
경향이 있어 규제완화 정책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하겠다.

< 한국경제연구원 규제연구센터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