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영업비밀을 가지고 경쟁사에 스카우트된 인력이 경쟁사에서 동종업
무에 종사할 수 있는가에 대해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는 재판부가 기업의 핵심영업비밀 보호을 중시하느냐, 헌법에 보장된 "직
업 선택의 자유"를 우선으로 하느냐를 놓고 엇갈긴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 것
이어서 앞으로 기업간의 인력 스카우트 문제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 4부(재판장 이규홍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컨테이너용 시건장
치를 제조.판매하는 (주)한국블럭스위치가 "약정을 어기고 경쟁회사에 취업
해 회사정보를 누설했다"며 이 회사 전영업과장 김민국씨(서울 동작구 신대
방동)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
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난 93년 김씨는 원고회사를 퇴직하면서 "원고회사
와 경쟁적인 회사 또는 업무에 취업하지 않고, 영업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
는 약정을 맺었다"며 "그러나 이같은 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
한하고 경쟁의 제한으로 인해 부당한 독점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무효"
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재판장 권광중부장판사)는 한
일그룹계열사로 아크릴사 원료인 AN(아크릴로니트릴)모노머를 생산하고 있는
동서석유화학이 이 회사 전기술부장 신용학씨(울산시 남구 신정4동)와 신씨
를 스카우트한 태광산업을 상대로 낸 "전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영업비밀을 준수하기로 약정한 신씨는 동종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씨가 태광산업의 AN모노머 제조.판매업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시키지 않고서는 동서석유화학의 영업비밀이 보호될 수 없다"며 "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서 신씨를 태광산업에서 AN모노머의 제조.판매 및
보조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한은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