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신사복 상의 제조업체인
한국다반의 매장직원 한명이 안타깝게 희생당했다.

차경모한국다반회장은 만사를 제쳐두고 서초동 교대 유가족대기장으로
내달았다.

전담직원을 파견해 상황을 수시로 보고토록 했다.

차회장은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직원의 빈소를 3일간 지킨뒤 회사장으로
영결식을 치렀다.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은 영원히 내사람이다" 길지않은 한국다반의
역사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는 기업문화이다.

지난 92년 인천 남동공단에 새공장을 설립할때부터 차회장의 직원사랑은
남달랐다.

3년동안 직원들과 숙식을 같이 하며 힘들어 하는 직원들을 다독거렸다.

밤9시까지 이어지는 잔업을 같이 한뒤 쓴 소줏잔을 기울이기 일쑤였다.

남동공단으로 이사오면서부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봉제업계의 첨단생산
기법인 행거시스템이 도입됐다.

일관생산 방식인 이 시스템 가동을 위해선 근로자들은 서서 일해야 했다.

국내 유명 봉제업계에서 이방식을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쉽지
않은 방식이다.

그러나 이 회사 근로자들은 이일을 무리없이 해내고 있다.

평소 가족처럼 대해온 차회장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그덕분에 한국다반의 생산성은 3년전에 비해 1백70%가량 높아졌다.

김한국노조위원장은 "경영경력 20년이 넘는 회장이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생산근로자들과 같은 "높이"에서 일하겠다는 자세야말로 가족경영의 비결"
이라고 강조하면서 "올해 산업평화대상을 수상한 것도 그동안 쌓아올린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한국다반은 공단에서 유일하게 사내 놀이방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종업원의 70%가 넘는 주부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에 전념할수 있도록
보모겸 간호사를 채용해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또 인근 연수동 아파트에 38평형 3채를 얻어 미혼근로자들에게 기숙사용
으로 제공하고 있다.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중견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들이다.

차회장처럼 김한국 노조위원장도 바쁘다.

주부조합원들이 들고오는 공과금 고지서를 들고 하루에 대여섯개 은행을
순례하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은 "사소한 일에서 부터 조합원을 배려하자는게 우리 노조의
활동방향"이라고 설명한다.

노조도 딱딱한 교육보다 사원들의 여가선용 지원을 우선시 하고있다.

봄가을에 열리는 산악회를 비롯 가을 체육대회, 단합회식등 각종 모임이
많기로 유명하다.

뿐만아니라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대의원모임을 열어 사원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취합해 해결해주는 열성을 보인다.

아침조회시간에는 회장에 이어 노조위원장에게도 시간이 배려된다.

위원장은 이자리에서 노사간 합의사항 임금문제등 다양한 현안을 모두
공개한다.

회사측은 경영 정보를 공개하고 노조는 이를 공식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김위원장은 "노사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립관계를
인간관계로 전환하면 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한국다반은 해결책을
실천하고 있는 회사라고 자부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이 회사 노조는 회사측에 임금협상을 위임했다.

올해는 3차례만에 협상을 타결지었다.

이 회사는 10년이상 장기근속자가 유난히 많다.

웬만한 주부사원은 처녀시절부터 근무해온 사람들이다.

인력확보가 최대과제인 봉제업계에서 한국다반은 외국근로자를 한명도
쓰고 있지 않다.

조성완 총무부장은 "주부근로자들을 위해 어린이 놀이방을 설치해 주는
것이 간단해 보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근로자측들의 가려운 곳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고용안정과 생산성
향상에 직결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다반은 안정된 노사관계로 고용안정과 기술축적이라는 귀중한 노하우
를 축적해가고 있다.

지난해엔 가공이 매우 어려운 텐셀소재의 신사복을 성공적으로 제작해
일본 바이어들로 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차회장은 "최신설비 못지 않게 애정으로 결속된 근로자들의 결집력을
바탕으로 최고품질의 제조업체로 성장할것"이라고 강조한다.

김노조위원장도"회사의 성장이 사원 개인의 복지로 연결되는만큼 노조와
조합원들도 최선을 다할것"이라고 다짐한다.

< 인천=김희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