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들은 올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작년보다 평균 10%이상
늘릴 계획이다.

채용제도도 크게 바꿔 대부분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직무검사(또는
적성검사)-1차면접-2차면접-신체검사"의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신입사원 채용의 중요 잣대중 하나였던 영어시험은 토익이나 토플성적표
제출로 대신하겠다는 그룹이 많다.

한국경제신문이 40개 주요그룹및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최고 50%,평균적으로 10%이상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그룹의 올하반기 신입사원 채용확대는 경기활황을 반영한 것.

경기가 좋은데다 그에맞춰 설비를 확장하다보니 신규인력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이 21세기에 대비해 우수인력의 조기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취업문을 넓게한 요인이라고 주요그룹 인사담당자들은 말한다.

그런만큼 신규사업에 진출했거나 공격적 경영에 나선 그룹들의 채용인원이
특히 크게 늘었다.

삼성이 3,000명으로 1,000명 늘린게 대표적 사례다.

인원을 30~50% 늘릴 예정인 LG 동부 코오롱 아남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대는 12월 공채(2,100여명)에 앞서 9월중 1,000명정도를 학교추천으로
선발키로 했으며 실제 채용인원은 삼성과 비슷할 전망.

그룹차원의 일괄공채를 하지않고 계열사별로 원서를 접수하는 곳도 많다.

한진 대림 두산등이 그렇다.

그룹에서는 채용의 원칙만 정해주고 나머지는 각계열사에서 알아서 한다.

따라서 계열사별로 채용시기가 다른 경우도 있다.

계열사별로 경기동향이나 투자계획등에 맞춰 적합한 사람을 뽑으려는
것이다.

채용제도상의 변화로는 필기시험의 폐지와 면접강화및 직무적성검사제
도입을 우선 꼽을 수있다.

30대그룹중 필기시험을 보는 곳은 동아 한일 삼양정도이며 그나마도 토익
시험이다.

필기시험의 폐지는 정부의 교육개혁방침과 맞물려 급속히 확산됐다.

서류전형을 세세히 하거나 추천서를 첨부토록해 필기시험 폐지에 따른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현대는 서류전형을 두차례에 걸쳐 실시키로 했으며 기아는 교수
추천보증제를 도입했다.

금호는 학교나 선배사원의 추천을 의무화해 놓고 있다.

반대로 면접은 이제 1차 실무자면접을 치르고 2차 임원및 사장단 면접을
하는게 정형화됐을 정도로 대폭 강화됐다.

신원은 한발 더나가 면접을 3회에 걸쳐 실시한다.

대기업그룹들이 종전과 달리 과장이나 차장급 실무자를 내세우기로 한 것은
신세대의 능력이나 사람됨됨이를 파악하는데는 나이 많은 임원급보다
연령차가 작은 실무자들이 오히려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면접내용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5분여동안 출신학교 지역 성장과정 가족관계등을 형식적으로
물어보는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특정주제를 놓고 면접관과 응시생간 토론을 벌이거나
응시생들간 집단토론까지 하도록 하고 있다.

면접시간이 길어질 것은 불문가지.

미원은 장소를 호프집 공원등으로 옮겨가며 거의 온종일 면접을 한다.

주요그룹의 올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방식에서 두드러지는 또하나의 특징은
영어실력평가를 토익이나 토플등 공인된 시험의 성적표제출로 갈음키로 한
점.

필기시험으로 영어실력을 평가한다는게 국제화시대에 걸맞지 않고 응시자
전원을 대상으로 일시에 토익시험을 실시한다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대부분 그룹들은 희망자에 한해 토익시험의 기회를 주되 내년부터는
그나마도 없앤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진처럼 토익성적 750점미만에 대해서만 시험을 치르도록 한 곳도 있다.

여대생에 대해선 대부분이 얼마나 선발할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저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원칙만 제시하는 정도다.

그러나 두산은 채용인원의 20%를 여성으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과 포철도 15%정도를 여대생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포철은 특히 비서직이나 일반사무직보다는 품질관리 공정관리등 여성에
적합한 현장부서 직원을 여대생으로 뽑기로해 미미하나마 여성인력에 대한
기업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대생 채용에는 기아 두산그룹등이 적극적이다.

기아는 작년에 채용인원의 55%를 지방대생으로 모집한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비율의 지방대생을 뽑기로 했다.

두산도 40%가량을 지방대생으로 채용할 예정이며 쌍용은 계열사별로 지방
근무인력이 필요할 경우 지방대생을 우대해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 이희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