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집 <서울여대교수.심리학>

우리 속담에"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 말이 있다.

원인과 결과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는 속담도 있다.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는 뜻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으며 또한 대부분 그에 따른 결과를 갖게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우리는 이것을 인과관계라고 부른다.

전통적논리학에서는 실제세계에 있어서의 존재나 사건에는 반드시 그것을
발생시키는 근거가 있다는 법칙을 존재의 필연적 법칙으로 하고 이것을
인과율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근거를 원인이라 부르고 그것에의해 발생되는것을 결과라고 하며
이 두개의 관계를 인과관계라고 부른다.

근대과학방법론에서도 동일한 조건밑에서는 동일한 현상이 생긴다는 식으로
인과율을 기술하고 있다.

이 인과관계는 원인을 토대로 노력이라는 과정을 거쳐 나타나게 된 결과가
단기간내에 이루어지는 동시인과와 그 결과가 몇달 몇년 몇세대 후처럼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이시인과의 두 종류로 나누어 볼 수있다.

물론 동시인과와 이시인과라는 두가지 개념은 서로 같이 쓰일 수도 있고
상대적인 측면을 지닐수도 있다.

우리 민족은 동시인과와 이시인과의 두가지를 동시에 갖고있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성수대교사고,아현동 가스폭발사고,대구 지하철공사지역
붕괴사고,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삼풍사고를 비롯해 끊임없이 드러나고있는
공직자의 부정부패사고등은 한국인의 마음에 정신적인 충격을 남긴 일련의
사건들로서 세간에서는 이를 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인재의 저변에는 기초작업이나 기본적 사항들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은채 가시화되는 결과에만 치중한 단기 계획적인 동시인과의 가치추구가
자리잡고 있다.

쉽게 말해 빠른 시간내에 모든 것을 처리하겠다는 속셈이다.

이에 반해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놓으려 했고 오늘날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은 이시인과적인 속성이다.

선영의 음덕이라든지, 조상덕을 받아야한다든지등의 얘기가 단적인 예이다.

또한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자신이 후손에게 어떤 것을 남겨주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 역시 이시인과적 가치추구이다.

모든일속에는 단기계획과 장기계획이 함께 세워지고 있듯이 인과관계에도
시간대가 긴 이시인과속에는 다양한 동시인과가 들어있게된다.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가 비록 지루할만큼 늦게 올것같아 당대에 이루지
못하고 몇세대를 한참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해도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빨리빨리"라는 성급함을 통한 대량생산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에는 콩을 뿌려놓고 단기간에 팥을 얻길 원한다든가,
팥을 뿌려놓고 단시일안에 콩을 거두길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른바 동시인과를 추구하면 안되는 곳에서 빠른 결과만을 요구, 말썽을
빚고있는 것이다.

이럴때 우리는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 아주 당연하면서도
공정성을 지니는 진리를 현실적으로 실감할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정보화와 첨단과학의 시대에는 메가톤급의
변화가 따를 것이다.

이때에도 장.단기계획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동시인과와 이시인과라는
인과법칙 또한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삶과 일을 멀리 내다보는 안목과 자세를 가지고 철저히 계획하고
추진하며 훌륭한 결과를 당대에 얻지 못한다고 해도 미래세대가 얻을수
있도록 하는 개방된 자세의 역사의식이 필요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