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원 <한은 통화금융과 조사역>

[[[ 금리의 기능 (2) ]]]

금융당국이 금리결정과정에 개입하는 방식을 보면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서의 자금공급을 적절히 조절하여 간접적으로
시장금리를 의도하는 수준으로 유도하는 반면 금융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개도국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예금.대출금리나 여타 공금리
수준을 직접 인상 또는 인하 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는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투자와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통화당국이 금리를 직접적으로 규제하여 왔다.

금융기관의 여수신금리는 시중의 자금사정과는 무관하게 정책적으로
결정되었고 이러한 인위적인 저금리정책은 자금에 대한 만성적인 초과수요를
발생시켰으며 금리가 자금수급 조절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실제 자금의
배분은 양적 통제와 신용할당( credit rationing )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직접적인 금리규제는 자본축적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국민경제적으로 우선지원이 필요한 부문에 대하여 집중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금의 효율적 배분과 경기조절이라는 금리의
고유기능이 상실됨으로써 금융제도의 건전한 발전과 효율적인 금융정책
수행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켰다.

이에 따라 91년8월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리자유화추진계획을 수립하여
금리자유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계획에 맞추어 그간 네차례에 걸쳐 단계적인 자유화조치가
시행되었다.

금리자유화가 진전되면서 금융기관 여수신금리와 시장금리간의 격차가
축소되고 금융기관들이 금융시장상황에 맞추어 수시로 금리를 조정하고
있을뿐 아니라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금리민감도도 높아지고 있어 금리의
기능이 살아날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 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가 활황세를 지속함에 따라 금리수준이 다소 상승하여
금리의 경기조절기능이 발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기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결과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설비투자를 축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절반에 이르고 있는데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이처럼 금리자유화와 함께 금리가 제기능을 되찾아 가고 있지만 현추세로
보아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리수준이 높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나라마다 금리수준이 다르게 결정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투자수익률과 예상물가상승률이 다르고 금융시장의 발달정도, 자금이동의
자유화 정도등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요소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므로 이러한 요소를 그대로 둔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것은
그 효과를 기대할수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