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부풀린 머리와 눈에 띄는 원색 의상차림은 제 모습이 아닌듯
해요. 주변에서는 좀더 밝고 경쾌하게 꾸며보라고들 하지만 앞으로
6~7년간은 지금의 모습을 지키고 싶어요"

소녀같은 느낌을 주는 소프라노 신영옥씨(35).

미국메트로폴리탄에서 든든한 위치를 굳히고 있는 "대단한 여성"이지만
외모는 여전히 여리고 애잔하기만 하다.

헤어스타일은 10년째 같은 생머리.

서양인들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동양인의 특성 때문인지 편지를 보내오는
팬중에 "나는 12살인데 영옥은 몇살인지"를 물어오는 10대소년들도
있다고.

" 좋아하는 색상도 아이보리 베이지 검정등 모두 차분한 계통이죠.
무대의상 1~2벌을 제외하고는 빨간 옷이 없어요.

어머님은 생전에 "너도 노랑 연두색같은 환한 것좀 입어봐라"하셨지만,
그 바람을 들어드린 기억이 없어요"라며 미소짓는다.

수수한 취향은 의상구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특정 브랜드를 구입하지 않아요. 디자이너들의 협찬도 받지 않구요.

쇼핑은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세일기간을 활용하죠. 지금 입은 재킷도
미국에서 10만원미만의 가격에 샀어요. 은은한 빛깔과 자수가 마음에
들어서죠"

좋아하는 소재는 쉬폰.

은은한 쉬폰소재 통바지, 스팽글과 자수로 장식된 인도풍재킷이 그의
취향을 짐작하게 한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사람이 "한국이 낳은 자랑스런 성악가"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나이팅게일처럼 맑고 투명한 목소리"라고 찬사받는
바로 그이인가 하고 놀랄 정도.

하지만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자주 섭외되는 "나비부인" "투란도트"의
출연을 거절하고 자신의 목소리에 맞는 역을 고집해왔다는 대목에서
세계무대에 자리를 굳혀온 그의 저력을 느낄수 있다.

고국의 푸근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28일까지 열리는 광복50주년
축전음악회 순회공연을 마치면 곧 떠난다.

10월7일 미 뉴욕과 9일 LA에서의 유엔창설 50주년 기념연주회, 10월25일
부터 불니스오페라단과의 벨리니작 "청교도"공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