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병용 <대은금융경제연 경영연구실장>

정부의 금융제도 개편이 증권산업의 개편을 시작으로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멀지않아 은행산업의 개편방안이 잇따라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자율화.개방화의 진전과 함께 본격적인 지방화시대를
앞두고 향후 금융산업 개편시 지방은행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당사자인 지방은행뿐만 아니라 지방금융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60년대 후반~70년대 초에 걸쳐 "내자동원의 극대화와 금융화와 금융의
지역간 균점"을 목적으로 각 시.도별로 설립된 10개 지방은행들은 그간
지역경제의 성장과 지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비교적 순조로운 성장을
구가해 왔다.

이들 지방은행은 각지역에서의 시장점유율이나 위상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해당 지역내에서 단일 금융기관으로는 최대의 점유율을
가진 지역중추금융기관으로 확고히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본격적인 금융 자율화와 개방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시중.특수은행과 제2금융권의 지방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지역금융시장에서의 금융기관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영업구역이 제한되어 있을 뿐더러 지방은행의 주된 영업기반인
지방의 경제력이 매우 취약한 관계로 지방은행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은행산업 개편에 있어 정부가 지방은행의 위상과
진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향후 지방은행 성장의 분기점이
될 뿐만아니라 지방금융 활성화,나아가서는 국내 금융산업의 효율성과도
직결되는 것으로 이문제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1993년에 발표한 금융산업발전심의회의 "금융제도개편연구"에 따르면
금융제도 개편과 관련한 지방은행의 진로를 두 가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제1안이 지방에 본점을 둔 전국은행화이고 제2안은 핵심적인
겸영업무를 직접 취급하는 지역전문 금융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대형화.겸업화를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금융제도 개편 움직임이나
국내 은행산업의 효율성 제고 측면,고객및 지역기업.주민들의 금융서비스
편의 측면,지역경제및 지방금융 활성화 측면,지방은행의 건전한 발전
측면등을 고려할때 금발심의 제1안과 같이 영업구역 규제의 철폐를 통한
지방은행의 전국은행화가 바람직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지방은행을 지방금융 육성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설립된 금융기관쯤으로 인식하고 일반 상업은행으로서의 지위와
성격을 흔히 간과하는 수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방은행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되었거나 이의 적용을 받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엄연히 은행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은행이자 최초의
순수 민영은행이다.

그러므로 무한경쟁시대에 창의와 활력을 발휘하여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방은행에 가해진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 마땅하며,이를
위해서는 영업구역이나 업무영역 규제등 모든 규제정책면에서 원칙적으로
지방은행을 시중은행과 동일한 선상에 두어야 할 것이다.

막대한 전산투자비등 고정비용의 절감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살림으로써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지방은행의
영업구역이 확대되어야 한다.

더욱이 오늘날 정보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금융기술의 혁신과
지구촌시대로 변모하고 있는 마당에 은행의 영업활동 범위를 굳이
특정 지역내에 묶어두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지방은행의 영업구역 규제가 철폐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지방은행과
기업간 거래관계의 불합리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기업의 설립초기부터 지방은행과 거래해 온 중소기업이 중견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 지방은행의 점포망과 신용공여능력 등의 제약
때문에 흔히 타 시중은행이나 특수은행으로 거래를 옮기는 수가 많다.

이는 애써 거름을 주어 가꾼 나무의 열매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수 있다.

이처럼 지방은행에 대한 영업구역 제한을 철폐함으로써 지방은행들이
각행의 특성이나 시장위치전략( market positioning strategy )에 따라
중견은행의 경우에는 자본대형화나 합병을 통해 전국화 겸업화를 지향하고,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들은 지역전문은행으로 특화할 수 있도록 하는등
다양한 전략선택의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지방은행에 대해 영업구역이나 업무영역을
특별히 제한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테면 일본의 경우 1950년에 "1현1행주의"가 철폐되어 각 지방은행들이
규모와 특성에 따라 인근 현으로 진출,광역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여러가지 유형의 금융업무와 비금융업무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도 지방은행에 대한 업무영역의 차별화가 없을 뿐 아니라 Banc One
Corp 나 Nations Bank 와 같이 지역적인 영업기반이 다른 지방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대형 지방은행으로 발전한 경우가 많고,또 이들 은행이
상당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까지 하다.

이밖에도 지방은행의 자율적인 자금운용을 크게 제약하고 있는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70%)및 신탁계정의 제조업 의무대출(40%)규제를
당초 정부계획보다 앞당겨 완화 철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은행 자산 만기구조의 장기화에 따른 자산.부채구조의 만기불일치를
해소하고,지방화시대를 맞아 지방은행이 투자의 회임기간이 긴 지역개발자금
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현행 은행법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시행령
등의 미비로 실시되지 않고 있는 금융채발행업무의 취급을 허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