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공기와 물이 공급된다면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이률적으로 말할수는 없겠지만 의학적으로 남성은 30일, 여성은 40일쯤
되는 모양이다.

사람 특히 여성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인한지 알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67년8월,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의 붕괴로
매몰되었던 양창선씨(당시 37세)가 16일만에 구출된 일이 있다.

또 오스트리아의 죄수 미하베르츠는 형무소당국의 착오로 일체의 음식물이
제공되지 않았으나 18일간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매몰된 최명석씨(20세)가 빗물을 받아마시고 종이상자
를 뜯어먹으며 사지에서 11일만에 "기적의 생환"을 했다.

이같은 사실은 "인간승리"를 뜻하며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
를 새삼 재확인시켜 준다.

한사람이라도 생존자를 더 구출하려고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벌였던 구조
대원들도 큰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최명석씨의 경우를 보면 최악의 생존을 위한 생리적 여건속에서 그의
정신력이나 낙천적인 성격이 얼마나 생활에 큰 힘이 되었는가를 깨닫게 한다.

그는 생환후 "불길한 예감이 들때면 잠을 청해 잊도록 애썼다"고 말했지만
그런 상황속에서 잠들수 있었다는 것은 그의 강한 정신적 의지력을 짐작케
한다.

사람은 개인차는 있지만 꼭 닫힌 곳에 있게되면 다소간에 공포심에 사로
잡히게 된다.

"폐소공포" 또는 "폐실공포"라고 말하는 것이다.

거기다 외부와 연락이 두절되고 혼자 칠흑같은 암흑속에 살아 있다는
고립감은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절망하지 않은 강한 정신력이 그를 살려
냈다고 할수 있다.

J 위트는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

희망은 만사가 용이하다고 가르치고 실망은 만사가 곤란하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최씨가 만일에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기력을 상실했거나 당황하여 체력을
소모했다면 생환할수 있었을까.

최명석씨의 생환은 실종자 가족이나 구조대원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가냘픈 희망이라도 희망이 있는한 사람에게는 미래가 있다.

또 어려운 역경일수록 희망을 잃지 않는 강인한 의지가 더욱 필요하다.

최씨의 생환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2,제3의 생존자가 나왔으면 하는 강한 바람을 갖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