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선고는 재판장이 공개된 법정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한 판결의 선고를 듣고서 불만이 있는 당사자는 상소를 할수
있다.

문제는 민사판결의 경우와 형사판결의 경우 약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민사판결의 경우는 판사가 법정에서 판결을 선고할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판결문의 정본을 만들어 원고와 피고에게 우편으로 보내준다.

이것이 판결서의 송달이다.

당사자는 그 판결문을 받아서 읽어보고 2주일(14일)안에 상소할수 있고
그 기간안에 상소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당사자는 판결서를 받은 날부터 14일안에 상소할수 있다.

상당히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형사판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구속된 피고인에게만 판결의 선고일로부터 14일안에 판결서의 등본을
송부하여야 하고(형사소송규칙 148조 본문)무죄 선고유예 집행유예 형의
면제 벌금 과료 면소 공소기각등의 판결을 받아 석방된 피고인에게는
판결서를 보내주지 않는다.

판결선고와 동시에 석방되는 피고인에게도 판결문을 보내지 않는다.

이렇게 판결문을 보내지 않는 이유에 관하여 불구속피고인의 경우
대체로 1심에서 형이 확정된다는 점,일반적으로 법원의 예산문제
송달사무로 인한 법원사무의 번잡성등 때문이라고 하고 이를 고려할때
현행 제도는 타당하다고 설명들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의견을 달리한다.

요즘 예산문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고 컴퓨터등 사무기기가 발달되어
등본 만드는 일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요컨대 판결등본의 송달이 왜 필요한가 하는 근본문제에서 접근하아여할
것이다.

형사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판결서를 받은 날이 아니라 판결선고일부터
7일안에 상소를 할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하여 상소를 해야 한다.

그런데 구속피고인에 대한 판결문은 14일안에 송부하기 때문에 피고인은
14일까지 기다릴수 없고 상소기간내인 7일안에 무조건 상소를 하고 볼
일이다.

불구속 피고인에게는 판결문도 보내주지 아니한다.

그러니 형사피고인은 누구나 판결문을 읽어볼수도 없고(불구속피고인의
경우)또는 읽어보기도 전에(구속피고인의 경우)상소부터 해야 한다는
논리다.

상소기간이 7일기 때문. 이것이 불합리함은 누구나 알수 있다.

첫째 판결문이라는 문서를 읽어보아야 그 내용을 명확히 알수 있지
법정에서 구술로 설명하는 재판장의 말만 듣고는 정확히 자기에게
어떤 형이 선고되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수 없다.

둘째 형사재판의 경우 상소기간이 짧다.

판결문도 읽어보지 않고 7일안에 상소여부를 결정해여야 한다는
것도 무리다.

차라리 민사판결의 경우처럼 판결문을 받아보고서 7~14일안에 상소할수
있다고 정함이 상소권남용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체제아래에서는 무조건 상소하는 경향이 생길수 있다.

셋째 불구속피고인의 경우 자기가 받은 형사판결(무죄 면소등)을
민사재판에 증거로 제출하려고 할때 문제가 생긴다.

법원에서 판결서를 송부하면 그것을 그대로 민사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할수 있을 것인데 지금처럼 판결문을 안보내주니 당사자는 또
가기 싫은 법원에 가서 판결등본교부신청을 하여 그것을 받아서
제출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이 불편하고 불합리하고 비경제적임은 금방 알수 있다.

넷째 공소장은 피고인에게 반드시 송달하도록 되어있다.

법원의 접수계로부터 기록을 배당받은 공판참여 사무관은 공소장의
부본을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에게 지체없이 송달해야 하며 늦어도
제1회 공판기일 5일전까지는 송달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공소장을 받아봄으로써 피고인은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비로소
알게되어 방어권과 권리보호방법을 강구할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공소장 부본의 신속 정확한 송달은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늦어도 5일전까지라고 하였지만 피고인이 5일동안 방어방법을 강구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공소장에 따른 형사판결문은 불구속 피고인에게 송달하여 주지
않는다.

이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공소장이 검사의 수사결과라고 한다면 판결문은 판사의 재판결과라고
말할수 있다.

수사결과만 알려주고 재판결과는 알려주지 않는것은 어딘지 피고인에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다.

공소장부본도 피고인에게만 송달하고 그 변호인에게는 송달하지
않는다.

이 실무관행을 타당하다고 해설하는 책도 있으나 국선변호인에게는
공소장부본을 송달해야 한다(1978.5.17 형사제48호,송형78-2,예규)고
하면서 사선 변호인에게는 송달하지 않는 실무관행이 과연 잘하는
관행인지는 의문이다.

필자의 의견은 불구속피고인이든 구속피고인이든 따지지 말고 모든
피고인에게 형사판결문을 송달하여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진정한 인권의 보장을 위하여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소여부를 결정하는데도 판결문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물론 피고인은 판결등본교부신청을 하여 자신에 대한 판결문을
받아볼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판결등본교부 청구제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현실속에서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국민에
대한 봉사가 되지는 않는다.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 때문에 온갖 부조리가 발생하여 횡행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 있는 이 나라에서 정책당국자들이 국민의
편의를 위하여 이런것 하나 제대로 고치지 않고 있으니 한심하다
못해 망연자실하지 않을수 없다.

그렇다고 이를 운영하는 공무원들이 친절하게 잘하는 것도 아니다.

부디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국민이 편리하도록 하기 위하여 공무원이
일하는 자세를 갖추어 주기를 당부한다.

그것이 선진국의 길이니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