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활을 쏘기 시작한지도 그럭저럭 5년째가 되어간다.

이제는 누가 나를 궁도인이라고 불러도 어색하게 느끼지 않을만큼 활을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

나는 지난 1월8일에 백운정총회에서 제14대 사두로 선출되고 5월 14일에
성대한 사두취임식을 갖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백운정에 대한 애착심도 깊어가는듯 하다.

현재 백운정에는 부사두인 이규원,이장재씨와 서광윤 백병원원장등 형제
약재사의 임석원이다.

50여면의 사원이 화기애애하게 궁술의 연마에 힘쓰고 있다.

백운정이란 흰구름이 활터위에 하늘높이 떠 있는 아름다운 모양의 집을
묘사하는 활터의 이름이다.

이 멋있는 백운정은 이태조 이성계의 부인 강씨의 묘지가 모셔져 있는
정릉의 계곡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나는 요새 매일아침 6시30분에서 7시30분까지 활을 쏜다.

우리집에서 백운정까지 도보로 왕복 1시간 걸리니까 2시간정도는 아침마다
빠지지않고 운동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아침운동을 즐기는 까닭은 단순히 활이 과녁에 맞을때
"딱"하고 울려퍼지는 통쾌한 소리뿐만은 아니다.

1백45m거리에 있는 과녁을 적중시키기 위해서는 궁도인으로서 지켜야 할
귀중한 계훈과 원리가 있는데 나는 이 내용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나는 궁도정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네가지 계훈만 소개할까 한다.

첫째는 인애덕행이다.

즉 사람을 사랑하고 덕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성실겸손이다.

매사에 성실하고 항상 겸손하라는 것이다.

셋째는 염직과감이다.

청렴하고 정직하며 과감하라는 것이다.

넷째는 정심정기이다.

마음과 몸을 곧게 가지라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 네가지 계훈만 잘 지켜도 사회에서 모범적인
인간이 될 것이다.

궁도인은 먼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함을 우리선조는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근자에 세계화의 구호하에 의식개혁을 강조하는 것 같다.

오늘날 너무나 사회가 혼탁하여 의식개혁없이는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미래사회에 우리는 살아남을수 없기때문일 것이다.

나는 위에 소개한 네가지 궁도의 계훈은 아중 훌륭한 세계공통적인 규범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우리선조들은 단순히 궁술에 능했을뿐만 아니라 궁도정신을 존중할줄아는
모범적인 인간이었다.

그러하였기에 우리선조들은 우리 강토를 외적으로부터 방위하여 우리에게
물려준것이다.

나는 나의 건강을 위해 아침에 활을 쏠 때마다 궁도의 계훈과 원리를
마음속으로 외우고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는다.

동시에 이 궁도정신이 확산되도록 국궁을 전국적인 규모로 장려하여
그것이 우리나라 의식개혁운동의 기본이 되었으면하고 생각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