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산업현장 곳곳에 노사화합의 새바람이 힘차게 불고 있다.

국경없는 세계화시대를 맞아 노사가 한마음으로 뭉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이 노사 모두에 확산되면서 그동안의 대립과 갈등관계를 털어
버리고 협력과 화합을 통한 생산적 노사관계를 창출해 나가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15일 고려제강의 부산.양산공장으로부터 시작된 노사화합결의바람
은 지난 3월16일 인천지역 112개사업장 노사가 집단적으로 참여하면서 전국
사업장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따라 올들어 노사화합을 결의한 기업은 현재까지 1,000여개사에 육박
하고 참여근로자도 27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철강 전자등 2~3개업종 12개사업장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흐름은 산업현장 내부에서 엄청난 구조적 변화가 진행중
이란 사실을 뒷바침해주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기업들의 노사화합선언이 전기.전자 유리 화학 기계기구
섬유 조선 운수업등 전산업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협력업체의 참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화합분위기는 노사화합결의대회와 교섭없는 타결, 생산성향상을
위한 공동선언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전자노사는 지난3월16일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앞에서 노사협력문화
창달과 산업평화를 다짐하는 "노사불이신문화결의대회"를 갖고 산업평화의
정착과 세계화염원을 상징하는 "산업평화의 불"을 채화해 관심을 끌었다.

현대상선이 지난 4월15일 현대전자 이천공장 아미동산에 있는 "산업평화의
불"을 부산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현대파이오니어선으로 옮김으로써 노사
화합의 불길이 뭍에서 바다로 번져 갔다.

또 3월 18일 빙그레 김해공장, 21일 베스트후드 미원등 경기도 용인군내
34개업체, 22일 인천희망백화점과 부곡사료, 29일에는 강원도 원주.횡성지역
43개사업장과 수원 오산 화성지역 16개사업장이 노사화합에 잇따라 동참
하는등 노사화합선언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또한 노.경총이 3월31일 "산업평화 정착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한데
이어 4월21일 "산업평화정착추진협의회"를 발족하는등 단위사업장의 협력
분위기를 선도하기도 했다.

지난91년 노사공동선언문을 채택한데 이어 지난해2월 "항구적인 무파업"을
선언, 노사화합을 다지고 있는 동국제강 노사는 4월11일 교섭없이 올해의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동국제강 노사 1,000여명은 이날 부산제강소에서 "세계화선언 결의대회"를
가진뒤 회사측이 노조가 제시한 4.8%의 임금인상안을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LG전자노사도 불과 5~6차례의 협상후 4월20일 노경헌장선포와 함께 6.2%의
임금인상으로 협상을 끝냈다.

최근 파업을 경험했던 코오롱 구미공장과 현대정공 창원공장은 4월15일
한마음체육대회를 개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우전자와 포항제철도 협력회사와 함께 협력과 화합을 통한
생산성향상을 위한 노사협력을 다짐하는등 노사화합을 위한 각종 행사가
전국산업현장에서 봇물처럼 열리고 있다.

이같은 화합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우선 올해초 세계무역기구(WTO)출범
으로 국가간의 경제전쟁이 치열해져 "노사가 뭉치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힘들다"는 위기감을 노사 모두 인식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노사분규가 회사의 경영을 어렵게 할뿐 노사양측에 전혀 득이 될게
없다는 점을 지난 87년이후 수년간의 경험끝에 느끼기 시작하면서 노사
의식이 크게 성숙된 대목도 이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연도별로 3월말까지 3개월간의 노사분규건수를 보면 지난89년
무려 322건에 달했으나 90년 67건으로 급격히 줄어든후 지난해에는 9건,
올해에는 7건등으로 계속 감소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화합분위기는 국내노사관계에 새로운 지평이 활짝 열리고 있다는
청신호로서 본격적인 임금협상철을 맞은 현장노사관계안정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사회전체 분위기가 점차 안정되면서 근로자들의 노동운동도
투쟁중심의 정치조합주의에서 실리위주의 경제조합주의로 옮아가고 있는데다
사용자들도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근로자들을 대등한 동반자로서 인식하기
시작한 점을 변화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정부가 노사문제를 노사당사자의 자율에 맡긴 점도 이같은 변화의 흐름에
일조를 한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사화합선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올해 개별사업장의 임금및 단체
협상도 순조로울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