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을 돕기 위한 우리의 정부개발원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김영삼대통령은 11일 코펜하겐의 유엔사회개발 정상회의에서 이같은
우리의 의지를 세계각국에 천명했다.

대통령의 이번 의사표명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수혜국에서
시혜국으로 올라선 것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비록 동서냉전이 종식되었다 해도 남북간 갈등은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빈부격차확대,실업률급증과 같은 생존차원의 마찰이 과거의 체제대결보다
훨씬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국제적 위기상황에서 김대통령이 동반자정신에 입각해서 우리의
경제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세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세계조류의 변화와 관련지어볼 때 이는 매우 시의적절한 입장표명이라고
평가할수 있다.

지금은 국가단위 기업단위의 경영에만 몰두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시대가 아니다.

범지구차원의 경영개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국제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의 화폐가치가 폭락하면 세계경제가 요동치고,영국의 한 은행이도산해
도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시대다.

지구적 차원의 문제들이 곧 한국을 포함해서 인류공동의 숙제로
이어지는 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범지구적인 현안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역할분담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발원조금액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이해된다.

현재 우리가 부담하는 개발원조금액은 연간 2억달러 내외다.

앞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 그 규모는 곧 5억달러
수준으로 배가될 전망이다.

개발원조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우리의 지원방식에도 경제성 효율성의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유엔사회개발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선언은 인간 개개인의 자유권
생존권보장을 국가에만 맡길게 아니라 전지구차원에서 모색하자는
구상의 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동시에 코펜하겐 선언은 우리가 현재 국내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들을 새삼 확인시켜줬다는 데에 더 큰 의의가 있다.

경제적으로 우리는 선진국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빈부격차등 사회적 불평등이 상존하고 이에
따른 갈등도 좀체 줄지않는 상황이다.

경제이외의 부문에서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 사회현실에
대해서도 외교적 대응에 못지 않은 적절한 처방전이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