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초부터 주식시장이 난기류를 타고 있다.

거래 이틀만에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밑으로 떨어지더니 지난주
마지막 이틀동안은 하루일교차가 23~27포인트를 기록할 정도로 출렁이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불안정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시장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올해의 장세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올해경제운용의 최대목표를 물가안정, 경기진정등 안정에
두고 있는 것이 올해 장세를 어둡게 하고 있다.

당연히 통화긴축이 주요정책수단이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증시주변자금사정
은 상당히 여유를 찾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부의 긴축정책의지는 특히 기관들의 증시참여여력을 제한함으로써
수급불균형을 악화시키는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자금압박으로 연초에 회사채수익률이 3년여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등
채권시장불안정으로 나타나는 것도 증시에는 부담이다.

자본시장의 자율화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채권시장의 금리
움직임과 증시의 대체관계가 점차 뚜럿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올해 증시의 수급상황이 기업공개및 유상증자의 요건완화등으로 공급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악재다.

정부는 올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조달규모를 작년에 비해
3~4배가 넘는 29조~33조로 늘려 잡고 있는 것이 그렇다.

이중 유상증자에 의한 물량공급은 6조~7조원으로 최고 30%가지 늘어날
전망이다.

공기업민영화를 포함하는 기업공개에 의한 공급물량도 2~3배 증가한 2조~
3조원에 달해 주식에 의한 직접금융규모가 8~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게
정부의 추산이다.

그러나 정부의 전망치는 최소한의 규모라는 것이다.

내년 해체를 앞두고 올해중에 어떻게든 처분해야 하는 증권시장안정기금의
3조5천억원에 달하는 보유물량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신사들의 특융상환을 위한 매각물량(1조3천억원), 전환사채의
주식전환물량(5천억원)등을 포함하면 올해 증시의 주식공급량은 16조~18조에
달할 전망이다.

이정도는 현재 싯가총액의 8%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상장사들의 유상증자전면허용방침에 따라 시중은행등이 무더기
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압박은 예상보다 훨씬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공급사정에 비해 증시수요는 상당히 가변적이다.

올해도 주식시장의 가장 큰 손은 기관투자가들이다.

그러나 지난해 가장 활발히 주식투자를 했던 은행들이 정부의 통화긴축의지
에 따라 올해에는 증시참여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2백60%의 신장을 보인 공모주청약예금등 금전신탁의 증가세에
힘입어 은행들이 올해 주식을 사모을수 있는 규모(순매수)는 작년과 비슷한
2조원정도의 수준을 유지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신사들의 경우 올해에도 증시기관화추세에 힘입어 최대세력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시자율화정책과 금융소득종합과세실시에 의한 자금의 증시유입
기대로 주식형수탁고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투신사들은 3조원이상의
순매수세를 과시하면서 장세를 주도할 전망이다.

보험사, 기타 기관투자가들을 합쳐 국내기관투자자들의 올해 주식수요는
8조~9조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증시수요에서 최대변수가 외국인투자가들이다.

작년12월의 2%, 올해하반기의 3%등 계속적인 외국인주식투자한도의 확대로
많게는 4~5조원, 적게는 2조원대의 외국인주식수요가 기대되고 있지만
국제자금시장의 불안정이 외국인들의 국내주식투자를 크게 제한할 것이다.

최근 멕시코의 페소화폭락사태후 나타나고 있는 중남미및 동남아증시의
하락에서 알수 있듯이 국내증시개방이 확대될수록 외풍의 여파가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적인 금리상승세를 감안하면 외국인자금유입이 예상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기대다.

97년의 대주주지분한도폐지를 앞두고 기업흡수합병(M&A)을 겨냥한
대주주들의 지분확보경쟁도 증시수요진작에 한 몫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때 올해 증시는 14~16조원의 주식수요가 예상돼
많게는 2조원규모의 초과공급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전문가들은 낙관적이다.

우선 증시내부사정으로는 올해 주식공급물량중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공개부분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공급량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정부가 물량조정을 할 여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의 주가폭락사태와 관련, 외국인투자한도 조기확대, 기관의
종목별투자한도확대, 신용한도확대등의 수요진작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요측면에서 종합과세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이 금융자산을 증시로 가져
올 것이고 직접투자보다는 기관의 신탁상품을 통한 간접투자에 대한 의존도
가 커질 것도 올해 증시를 낙관하게 하는 요인이다.

증시의 기관화에 따라 주가의 급격한 변동에 기관투자가들이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힘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다.

이에 따라 종목별 재료별로 주가차별화현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증시주변자금사정도 정부의 물가안정을 위한 긴축의지가 설날이 낀 연초에
강화됐다가 올해 중반부터는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투자자금은 국제적인 포트폴리오관점에서 봐야 하지만 국내증시가
다른 신흥자본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고 한도제한등으로
외국인들의 한국주식투자비중이 아직 낮아 추가적으로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 증시를 좋게 보는 시각은 무엇보다도 국내경기가 7%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는등 여전히 확장국면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경기주도권은 작년의 수출및 시설투자관련업종에서 올해에는
내수및 사회간접자본(SOC), 비제조주중심으로 옮겨 가겠지만 기업들의
영업실적개선은 여전히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내기업들의 활발한 방북에서 나타났듯이 남북한경제교류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것도 증시에는 호재다.

다만 6월의 지방자치단체선거를 앞두고 경제외적인 정치상황이 불안정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돈안드는 선거를 천명하고 있어 예년과 같이 선거자금부담에 따른
자금압박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장세전개에 따라 올해 종합주가지수는 통화긴축의 강화가 예상되는
1.4분기에 최저점을 이룬 뒤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최고점시기에 대해서는 3.4분기 또는 4.4분기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연말 종합주가지수는 1천3백포인트대는 무난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 이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