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두가지로 집약할수 있을 것같다.
한가지는 새삼 "인생의 무상"을 느끼는 모양이다.
패린 후 잿더미속에서 이룩한 생활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붕괴되고 말았으미 허탈감을 느낄만 하다.
아사히 신문의 칼럼 "천성인어"란은 "요컨데 이런 일이 일어나도
되는냐는 느낌이 든다.
순식간에 생활일 붕괴되고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부조리라고 말할수 밖에 없다"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다른 한가지는 그 부조리에 대한 울분을 "전문가"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니혼게이사이 신문의 "춘추"란은 "전문가를 믿을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간도 대지진급 지진에 견딘다"던 고속도로가 무너졌다.
대지진때 신간센을 타고 있으면 목숨을 걸게 된다는 사실도 공중에
떠 있는 선로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간도 대지진 후 간도지방의 이재민들이 대거 간사이 지방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한신 지방은 지진이 없다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광경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다니사키는 어느 수필에서
체험으로 쓰고 있다.
"고베의 역앞 광장에는 이재민을 맞이하는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들(이재민)의 모습을 보자. 그들은 앞을 다투어 위문품을 전달
하였고 접대소로 안내해주었다"그는 이후 고베에 정착하게 된다.
이번 간사이 지진에서 일본인이 보여준 행동은 질서정연하고 침착한
것이었다.
슈퍼마켓앞에는 장사진을 이루었지만 새치기가 없었고 생필품의
가격 인상이나 "사재기"도 없었다.
1년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진때 보였던 혼란 등과는 전혀 판이한
현상이었다.
일본인의 침착성이나 질서의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하루 이틀에 형성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간사이지진은 지진에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말은 한반도라고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된다.
우리는 지진의 돌연한 발생에 어느정도 대비하고 있을까.
또 일본의 대지진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정도 인식하고
대비하고 있을까.
일본 매스컴은 간도 남부 또는 도가이 지방의 직하형 대지진이 곧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의 지진사태를 "일본경제피해-한국경제 반사이익"식으로 단순하게
파악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