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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TV는 12일 저녁 신년특별기획시리즈의 하나로 노벨경제학상수상자인
로렌스 클라인 미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조순 이대석좌교수의 대담을 방영
했다.

다음은 ''세계화와 한국경제''를 주제로한 이날 대담을 간추린 것이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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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순 =엊그제까지만 해도 미국에 계시다 지금 이자리에 나와계십니다만
최근 미국경제의 동향을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 클라인 =최근 미국경제는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경제가
활력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지난 2년의 상황이 좋습니다.

물론 그런 회복추세는 4년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특히 지난2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고용창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3~4%정도의 고용증대가 보이는데 작년 94년의 고용증가율은 4%입니다.

따라서 자연히 실업률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제가 한국
방문중에 작년 12월의 실업률이 5.5% 이하라는 발표를 들었습니다.

실업률이 5.5%이하라는 의미는 거의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으로
이제 미국 경제는 균형상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문제가 있는 부문은 교역적자와 연방예산 적자로 연방예산적자의
경우 지난 2년간 계속해서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것은 고무적인 현상
입니다.

<> 조순 =미국 연방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우려해 금리를 높이고 통화긴축
정책을 시행하리라는 예상이 있는데 그렇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 클라인 =미연방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미국이
대공황에 처해 있던 1930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멀지않아 호경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연방중앙은행은 멀지않아 인플레가 닥쳐오리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인플레현상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인플레의 조짐이 거의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현재 미국경제는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방중앙은행이 우려
했던 것보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연방중앙은행의 인플레에
대한 걱정이 지나치게 비관적인 미래예측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통화정책 입안자들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인플레가
발생하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뜻이지요. 현재 미국경제의
동향과 경제지표 등을 충분히 고려한 그들의 예측이 옳다면 인플레에 대비
하는 것은 지국히 옳은 일입니다.

<> 조순 =미국 경제와 대다수 선진국 경제가 금년 하반기에 들어서면 다소
하강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클라인 =저로서도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 전세계의
경제동향을 고려할때 유럽경제의 회복세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의 실마리를
제공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작년 유럽경제의 회복세는 대단한 것으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
이었습니다.

제가 분석한 바로는 유럽국가들이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독일의
회복세는 두드러집니다.

독일과의 교역규모가 큰 나라들의 대부분이 독일경제의 회복을 말합니다.
물론 96년에 들어서면 세계 경제의 쇠퇴현상이 나타날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경제의 회복세가 시간상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세 다음에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96년에도 유럽의 경제는 괜찮을 것입니다.

미국경제의 하강세와는 달리 유럽은 성장을 계속할 겁니다. 세계경제의
동향과 관련해서 한국이 주시해야 할 호재가 한가지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사실입니다. 일본경제의 회복은 미국
경제의 회복만큼이나 시간이 걸리고 힘들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4개월동안 일본의 생산감소는 떨어질 데까지 떨어졌지만 GDP나 GNP
지표들이 일본경제가 다소 소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경제라는 관점에서 볼때 95년 올해는 좋은해가 될 것입니다. 세계경제
의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과거 동구권 국가들과 러시아 경제의
회복세를 특별히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들 국가는 공산정권 붕괴이후 뚜렷한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서독과 통일된 동독경제라는 실체를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의 동독을 끌어안은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7%를 나타내 보였습니다.
또 대부분의 동유럽국가들이 뚜렷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련붕괴 이후의 러시아인데 다행히 쇠퇴국면의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도 이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조순 =오늘날 세계 여러나라는 빠른 속도로 세계화의 길로 나가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최근 한국인이 추구하는 가치체계가 되었고 행정부서 정책의
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를 말하는데 이제 세계 여러나라가 단일시장을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계화 추세가 단일 국가경제 단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클라인 =역사적으로 볼때 고립적인 폐쇄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세계화를
무시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

세계화 추세는 하루 아침에 갑자기 나타난 움직임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싹이 트고 구체적인 틀을 갖추려고 애써온 세계 여러나라 노력의
소산입니다.

1970년대에 소련은 고립적인 자급자족 경제체제를 이룩하려고 애썼지만
실패했습니다.

그결과 세계무대에 동참하려고 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1978년 개혁을 시작한 이후 개방정책을 추구했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로 중국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개방을 통한 세계화에 많은 노력을 쏟지 못한 소련과는 대조적입니다.

한나라의 교역규모의 신장과 생산량의 증대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국민의 생활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나라라면 반드시 개방정책을 통해 외국과
교역증대를 꾀해야 합니다.

물론 그같은 교역의 신장은 개방정책과 아울러 시장에서의 공정가격 경쟁을
보장하는 자유무역 체제속에서 달성돼야 합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서만 한 국가의 경제성장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쿠바와 베트남을 비교해 보십시오. 베트남은 개방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쿠바도 개방을 원하기는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개방정책을 실시하지
못했습니다.

그 차이를 우리는 분명히 확인할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다른 아시아국가들
처럼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분명히 말씀드릴수 있는것은 어떤 나라라도 다른 나라에 문호를 개방하고
국제무대에서 다른 나라들과 함께 동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때에만 국민들의 보다 나은 생활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최근 원거리통신
기술의 발달과 광범위한 컴퓨터의 활용은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 조순 =세계화 추세는 자유기업활동을 토대로 하는 시장경제체제의
당연하고도 논리적인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나 개인의 행동에는 이윤추구라는 동기가 부여돼 있습니다. 또 말씀
하셨듯이 통신기술과 컴퓨터의 광범위한 활용은 세계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에는 국경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세계는 하나의 시장을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경제가 하나로 되는 세계화의 길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서
정치 사회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열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분열현상은 나아가서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는데 이에 대한 클라인
교수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 클라인 =경제의 세계화를 이야기할때 빼놓을수 없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재화의 자본의 이동이외에도 인적자원의
자유왕래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이동이 있다보면 자연히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찰이 빚어지고 갈등이
발생합니다.

미국은 이같은 문제를 잘 해결했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불과 2백여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에는 세계 곳곳에서 여러민족과 인종들이 이주해 왔습니다.

그들은 미국에서 자기들의 꿈을 실현할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민관련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생산적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인들의 유입으로 말미암아 내국인들과의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을
해소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것은 당연합니다.

영국의 경우 과거 식민지로 보유하고 있던 나라들을 독립시키고 대영제국의
구성원이었던 나라의 국민들이 영국에 들어올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결과 영국인들과의 사이에 마찰이 생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제가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일본 사람들은 일본에 체류
하는 외국인들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어쨌든 많은 외국인들이 체류하고 있는 나라들은 이 외국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인권과 사회정의 경제와 같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어
까다롭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볼수 있듯이 임금이 낮고 천한 일은 모두 이런
외국인들이 도맡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고 잘 살려고 애쓰는 이민 1세대들은 자녀교육에 열성을
바쳐 이민 2세대들로 하여금 이주해온 사회의 본류에 섞여 들어가게 하는데
성공합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