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제 폐지를 골자로 한 부동산 실명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올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동 제도 시행후 1년간 실명전환 유예기간을 둘 것이며 관행상 불가피한
명의신탁을 일부 허용하기로 하는등 거래현실을 어느 정도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동산 비실명거래의 대표적인 예로는 명의신탁 이외에도 가등기
중간미등기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조세회피및 부동산투기 목적의 명의신탁은 이미 지난 91년12월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개정을 통해 금지하고 있으며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요건에 맞게 등기한 경우에 한해 명의신탁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특별법 시행 이전의 차명등기의 실명화와 향후
발생할 명의신탁의 금지에 관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지난해 금융부문의 실명제 실시에 이은 이번의 부동산거래 실명화는
경제를 이루고 있는 두 부문의 실명화 개혁작업이 완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재산권이 투명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어 일대 전기를 마련할 셈이다.
더이상 부동산투기나 탈세,사행심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의 표출로 앞으로는 실수요자 위주의 부동산 거래관행이 정착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조세형평성을 높임으로써 분배정의 실현에 한걸음 더 다가설수
있고 우리 사회의 부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 확립에도 일조할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부동산가격이 경기호황,사회간접자본 확충,지방선거
등과 맞물려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가격상승 기대심리를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관행화되어온 명의신탁제도를 하루 아침에 폐지
하기는 쉽지 않으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명의신탁은 민법상 자신의 물건을 채권자의 이름으로 해주고
돈을 빌렸다가 채무가 면제되면 명의를 돌려받는 양도 담보제도,재산의
보전 또는 관리를 위해 관리인의 이름으로 재산 명의를 변경하는
채권양도담보,어음이나 수표 사용때 많이 활용되는 추심위임배서,
귀속재산을 매수할 경우등 투기적 목적이아닌 거래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의 업무용부지 확보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영위하는데 있어서도
임원등의 명의를 빌리는 명의신탁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건설업체,제조업체등의 택지 또는 공장부지 매입시 사업초기부터 법인
명의로 땅을 매입할 경우 지가상승이나 토지확보난을 겪게될 뿐만 아니라
여기에 세금이 중과되면 지주는 기업에 대한 토지매각을 기피해 용지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는 힘들다.
부동산시장의 급속한 경색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정상적인 거래마저 끊길
경우 금융권의 담보부족및 채권회수 애로등으로 부실채권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족문화를 고려할때 명의신탁제를 폐지하더라도 친인척명의로
된 부동산이 모두 실명으로 전환될수 있을 것인지도 여전히 미지수로
남게된다.
부동산실명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벌하기보다는 미래
지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동산실명제 실시의 목적이 과거의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보다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부동산거래를 정상화하는데 있는만큼 이 제도가 조기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적용대상,예외인정의 범위,경과규정의 합리성등에
있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지금까지 정상적인 경제활동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명의신탁
관계등 우리사회의 거래관습등을 감안해 예외규정을 폭넓게 규정하여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부동산투기와 관계없는 기업활동및 경제활동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지확보등과 같은 기업의 투자활동은 명의신탁을 활용할수 있도록
여유를 마련해주고 동 제도의 이용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탄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명의신탁금지가 투기를 막을 획기적인 조치임에는 틀림없으나 결코
투기억제에 만능은 아니다.
보유과세는 중과하되 거래과세는 세율을 낮게하는 재산세 관련세제의
정비,양도소득세의 엄격한 적용등과 함께 토지소유 종합전산망 가동등을
통해 탈세와 투기등에 따른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끊임없이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 다음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또한 부동산 거래시 관인계약서 사용 의무화로 등기 서면공증제를
확립해 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함으로써 부동산실명제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실명제의 실시를 서두르기보다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