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최근 몇년간 "최악의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
젊은이들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90년대들어 몰아닥친 불황으로 기업마다 감원에 나서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젊은이들은 취업난을 오히려 "사업수완" 발휘와 "국제화"
훈련의 호기로 역이용하고 있다.

미국을 벗어나 지구촌 곳곳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계기가 된 셈이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경우 지난 89년 6%에 불과했던 해외취업 희망자가
올해는 14%로 5년새 두배 이상 많아졌다.

뉴욕대학의 스턴경영대학원에서도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미국학생이 지난해
보다 20%나 증가했다.

학부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시간 대학의 20개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수는 지난 2년
동안 70%나 불어났다.

듀크대학은 지난 92년까지만해도 해외취업 희망학생이 전체 졸업생의
3.2%에 그쳤지만 올해는 9.2%로 급증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 해외취업정보지도 등장했다.

미국대학생들에게 해외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트랜지션스
어브로드"의 발행인겸 편집자인 클레이톤 허브스씨(58)는 "지난 5년동안
대학생의 해외취업증가율은 10~2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허브스씨는 "선호지역도 과거 유럽에서 이제는 제3세계로 변하고 있다"며
"유럽은 이제 한물 갔고 제3세계가 세계경제의 새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미국젊은이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젊은이들의 취업선호지역은 태평양연안국가 남미 동구및 구소련등
크게 3곳.

이들의 태평양지역 인기국가목록에는 경제강국인 일본과 세계적인 무역항
홍콩뿐아니라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들어있다.

멕시코를 중심으로한 남미지역은 지난해 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이후 미국
상품의 주요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제 막 자본주의가 움트기 시작한 동구와 구소련도 예비기업인들의
모험심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92년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워튼스쿨을 졸업한 마이크 게리티씨(24)는
모스크바에서 컨설팅회사를 차려 벌써 "사장"직함을 달았다.

"여기서는 창조적인 일을 할 기회가 많죠. 경영에 직접 뛰어들 수도
있구요. 인프라스트럭처와 규율이 꽉 짜여있는 미국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죠"

게리티씨는 아직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손을 내젓는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