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경수로지원의사를 밝힌데 이어
북구3국을 순방중인 한승주외무부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형 경수로건설지원을 기정사실화했고 민자당도 16일 한미간에 이미
한국형 경수로지원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장관은 "한국형이외의 현실적 대안이 없으며 이 부분은 한미양국이
이미 양해한 사항이고 제네바회담에서의 북.미간 합의도 이같은 기조위
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서 대북경수로지원에 대한 대원칙은 섰고 구체적인 절차문제만
남아있는 셈이다.
북한핵의 해결과정에서 나온 경수로지원문제는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수로지원이 북한핵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고 그 효과를 인정한다 해도 우리 정부와 국민에 돌아오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1천mw짜리 경수로 2기건설에 드는 재원은 줄잡아 40억달러,건설기간만
8~10년이 소요되는 엄청난 사업인만큼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판단,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한국형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러시아형을 고집했다.
그러나 제네바에서의 북.미 회담은 미국이 경수로건설지원을 담보하되
한국형으로 한다는데 사실상 합의한 셈이다.
대북경수로지원은 형태상으로는 한.미.일 3국을 중심한 국제컨소시엄의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대부분의 재원을 부담할 것이
확실시된다. 물론 컨소시엄형태는 북한이 보일 거부감의 완화를 노린
정치적 포석이다.
한국정부가 재원부담을 도맡다시피 하는 것은 미국이 적성국가에 대한
경제지원이나 협력을 금지한 국내법규정을 들어 재정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은 향후 이루어질 북.일 국교정상화와 연계,
경수로 재정부담만큼 전후배상에서 상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속에서도 정부는 결국 지원방침을 결정했다. 다시말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우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의혹을 제거,핵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한국형경수로의 북한 지원은 남북간의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어 낼수 있고 무엇보다 통일후의 한반도에 대한 투자가 된다는
계산이다.
현재 우리의 경수로건설에 관한 수준은 설계에서 시공,운전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장비역시 핵심부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산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인력과 기술,장비가
장기간 북한을 오고가게 되면 북한의 개방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
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외무장관은 이와관련,"우리가 경수로건설에 필요한 비용과 기술을 북한에
제공한다고 해서 우리에게는 손해고 저들에게는 이득이 된다는 식의 제로섬
게임시각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제는 김대통령과 미국국무부가 분명히 밝힌대로 특별
사찰등 북한핵의 투명성확보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것이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원점으로의 회귀도 얼마던지 예상할 수 있다.
북.미간에 조만간 개최될 경수로지원 전문가회의와 한.미.일 3국을 중심
으로 중국.러시아등이 참여,갖게될 대북경수로 지원관련 국제회담등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절차도 복잡하다.
대북경수로지원은 이제 원칙만이 정립되었을뿐 이제 겨우 한걸음을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