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5만원 학습지 5만원 총 합계 월 70만원.
입사한지 15년된 어느 중견 직장인 A씨가 국민학교 1,3학년 두 아이에게
쏟아붓는 한달 과외비이다.
남들이 하는 정도로 구색만 갖췄을 뿐 가격이 비교적 싼 "동네 과외"만
하는데도 한달 수입의 절반을 육박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과목당 80만~90만원씩 한다는 과외를 어떻게
시킬지 벌써 한숨이다.
국내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명문 법대에 올해 아들을 합격시킨 B씨.
어려서부터 전교 1등을 놓친적이 없을 정도였지만 본고사를 한 달 앞두고는
소문난 학원강사에게 소위 본고사용 "족집게" 과외를 했다.
1주일에 한 번 하는데 과목당 월 1백만원씩 3과목을 했으니 한달만에
3백만원을 쓴 셈이다. 그나마 온갖 학연과 지연을 동원해 수십명이 과외를
받으려고 밀려있는 순서를 제치고 족집게 강사를 모셔올 수 있었다.
이처럼 학교교육이외에 과외등에 쓰는 사교육비 규모는 한해 교육예산과
맞먹는 10조원 규모로 추계되고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넘어섰다는 점에는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1993년 한국 교육지표"에 따르면 지난 90년
1인당 사교육비는 연간9백42만7천99원.
같은해 1인당 연간 공교육비(8백69만7천1백97원)의 108.4%에 이르는 규모
였다.
이처럼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5년부터다.
85년 1인당 연간 사교육비가 4백69만6천원으로 뛰면서 공교육비(4백65만9천
9백28원)수준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 77년 사교육비가 1인당 연간 41만1천3백46원으로 공교육비 81만4천
49원의 48.6%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 엄청나게 팽창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GNP대비 공교육비(교육예산)는 3.8%. 사교육비의 절반정도에
불과한 규모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92년도 주요국의 GNP 대비
공교육비 현황에 따르면 일본이 5% 미국 7% 영국 5.3% 프랑스 6% 독일
5.4% 등으로 우리나라의 교육투자는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학급당 학생수도 마찬가지다. 현재 법정기준 (학급당 50명)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전체 고등학교의 절반이 훨씬 넘는 63.4%가 과밀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학교, 국민학교의 과밀학급도 각각 56.4%, 14.3%에 이른다. 이가운데
교실부족으로 2부제 수업을 하는 국민학교도 13.5%나 된다.
기본적인 부대시설인 상수도가 없는 학교도 전체의 절반 가까운 43%이며
겨울에 조개탄을 때는 학교가 아직도 99%에 이른다.
교육여건을 끌어 올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사교육비를 공교육비로
흡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교육비가 이미 공교육비를 넘어선 상태에서 교육예산을 늘리는 것은
두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노혜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