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첨단과학의 산실로 각광받고 있는 MIT의 찰스 베스트 총장이 방한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MIT가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할수 있는 저력중의 하나는
철저한 교수평가및 영년제에 있다고 한다. 조교수로 임용된후 7년이 지나면
엄격한 평가를 하여 5명중 2명만이 영년직을 받고 3명은 학교를 떠나야
한다.

엄격한 평가제도는 MIT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시러큐스대학에서
도 4년후에 연구업적 강의능력 프로젝트실적을 기초로 심사를 하여 영년직
을 결정한다. 캐나다의 워털루대학도 조교수 발령후 5년후에 엄격한 평가를
한다. 이처럼 북미주의 대학은 철저한 업적평가를 통해 젊은 조교수로
하여금 한창 일할 나이에 엄청난 연구업적을 낳게 함으로써 대학의 질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과 연구소는 어떠한가. 유학시절 그렇게 열심히 하던
사람들이 대학의 조교수로 채용되면 마치 대학 신입생이 고등학교때 공부에
찌들려 있다가 마음껏 노는 것처럼 편안하고 쉬운 길을 향유하면서 자기
관리를 등한히 하여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 대학의 연구환경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의지
만 있으면 얼마든지 뛰어난 연구업적이나 논문을 발표할수 있는 길은 있다.
비교적 시설이 좋은 출연연구기관이나 기업연구소의 도움을 받으면 교수로서
최소한 의무를 다할수 있다.

대학은 기초연구의 메카로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가 달려있는 곳이다. 이제
우리도 대학을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교수업적 평가제도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당장 미국식의 영년제를 모든 교수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면
먼저 40세 전후의 젊은 교수들부터라도 그 적용을 시작해야 한다.

세계 교역량 12위권인 우리나라가 학술논문 발표면에선 27위에 불과한
것은 과학기술인의 수모이다. 뒤처진 기초연구진흥을 위해서선 무엇보다도
젊은 교수들이 밤새워 연구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우리 대학사회도 하루
빨리 변신하여 복지부동이라는 질시의 대상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