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복고를 이룩한 교토의 유신 주체들은 태정관이라는 것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들의 통치 기관이었다. 종전에는 천황의 거소인 황실안에 조정
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따로 떼내어 황실 밖에다가 설치해서 그곳
에서 정사를 협의하고 집행해 나갔다. 그러니까 태정관은 곧 유신정권의
행정부인 셈인데, 말하자면 정치체제를 근대화하는 첫걸음이라고 할수 있는
조치였다.

태정관의 참여이며 총재국고문인 기도고인이 오쿠보도시미치와 단둘이
만나 나가오카의 사태를 논의하게 되었다. 기도는 조슈번 출신으로 왕정
복고에 공이 컸으며, 사이고가 동정군의 총참모가 되어 교토를 떠난 뒤로는
곧잘 오쿠보와 어울려 국사를 요리해 나가는 실세였다.

"야마가다 아리도모 그사람, 이제 보니까 바지 저고리지 뭐요. 기병대를
이끌던 솜씨는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소"

오쿠보의 불만어린 토로였다. 야마가다는 막부군의 조슈정벌때 기병대를
지휘하여 혁혁한 전과를 올린 명장이었던 것이다.

"글쎄 말이오. 나도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오. 나가오카에서 그처럼
전력을 소모해 가지고 나중에 아이즈와 오우지방을 어떻게 정벌하려는지."

"한심한 일이오"

"무슨 수를 써야지, 가만히 보고 있어서는 안되겠어요"

"가와인가 뭔가 하는 그자를 없애버리면 될텐데, 왜 가만히 내버려두고
고전을 하는지, 도무지 답답해서."

"허허허..."

기도는 웃음이 나왔다.

"왜 웃소?"

"없애버리기 싫어서 안 없애겠어요. 그게 잘 안되니까, 야마가다도 아마
무척 답답할 거요"

그러자 오쿠보가 서슴없이 내뱉었다.

"암살을 해버리면 되지 않나 그말이오"

"암살?"

"그렇소. 공격해서 없애기는 힘드는 모양이니, 그 방법밖에 없지 않소.
가와이만 죽으면 야마오카번 따위는 곧 와르르 무너지고 말아요"

"물론이오. 흠-"

기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좀 생각하는 듯하더니,

"알았소. 나한테 맡기시오"하고 말했다.

기도는 같은 조슈번 출신이며 자기를 따라서 존황양이 운동에 발을
들여놓았었고, 왕정복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약하여 지금은 태정관의
참여가 되어 있는 후배 이토히로부미를 은밀히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