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조직폭력배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유혈 난투극을 벌여 긴급 체포됐다.

지난 21일 오후 11시 50분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인천 폭력조직 A파 조직원 100명과 B파 조직원 30명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눈앞에서 한 조직원이 상대 조직원을 흉기로 찌르는 상황에서도 이를 막지 못했다.

22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충돌은 B파에서 A파로 소속을 바꾼 조직원이 장례식장 앞에서 B파 조직원에게 흉기로 2∼3차례 찔려 중상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교통사고로 숨진 A파 소속 조직원의 부인을 조문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모여 있던 A파 조직원들은 소속 조직원의 부상 소식에 격앙돼 식장 밖에 집결했다.

B파 조직원들도 연락을 받고 속속 현장에 모이며 양측 간에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한동안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기동타격대와 방범순찰대 등 경찰 70여 명이 출동해 양 조직을 분리하고 해산시킴으로써 더 이상의 유혈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응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양 조직이 충돌하기 이전에 "조폭들이 장례식장에 모여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남동경찰서 1개 형사팀을 현장에 보냈다.

현장에 출동한 형사 5명은 문상 온 조직폭력배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 장례식장 앞에서 추가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때 멀리서 한 조직원이 상대파 조직원을 쫓으며 달려오다 형사들 바로 앞에서 흉기로 상대 조직원을 2∼3차례 찔렀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문상을 위해 모인 것만으로 검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해 형사들이 현장에 남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갑자기 한 남성이 상대방을 흉기로 찔렀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흉기를 휘두른 B파 조직원을 현장에서 긴급체포하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인천경찰은 지난 4월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조폭끼리 난투극이 벌어진 데 이어, 경찰의 날이었던 21일 또다시 조폭 간 유혈 충돌이 빚어진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지난 4월에는 인천경찰청 인근 로데오거리의 포장마차에서 조폭끼리 시비가 붙어 30여 명이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들고 1시간가량 난투극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난투극을 벌인 조폭 중 9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9월 불구속 입건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