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법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 로센터에서 계약법을 포함한 기업 법무 분야를 연구했다. 한국과 미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김신유(현, 화우)에 근무할 당시 기업 자문에 집중했다. 메트라이프, 재보험사 스코르 등 글로벌 기업에서 법무·준법·리스크 총괄 책임자로 일하며 다양한 국가와 산업을 아울러 계약·규제 이슈를 해결해 온 실무 중심 전문가다. 현재 법무법인 공유에서 국내외 계약과 기업 법무를 중심으로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KCAB) 국내·국제 중재인, 싱가포르 국제조정센터(SIMC) 조정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영미계약법과 국제거래 계약 실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영미계약법 원리』, 『국제거래 계약의 이해와 기술』 등을 집필했다. 기업·공공기관 강의와 칼럼 기고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요즘 세상에서 '평생'직장'이란 말은 거의 사라진 듯하다. 대기업도 정리해고를 시행하고, 스타트업은 개업 후 몇 년 만에 문을 닫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구직 현장에선 "우린 장기적인 관계를 원한다", "정년 없는 회사다" 같은 말이 심심찮게 오간다. 만약 당신이 이 말을 믿고 안정된 직장을 떠나 새 직장을 옮겼다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곳에서 해고 당했다면, 그 말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죽을 때까지 일하세요"라는 말, 믿어도 될까?1987년 미국 워싱턴DC 순회항소법원은 'Hodge v. Evans Fin. Corp.' 사건에서 이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답변을 내놨다. 원고인 호지(Hodge)는 피고 회사인 에반스파이낸셜코퍼레이션(Evans Financial Corp.)으로부터 "남은 여생 동안 고용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은 뒤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했다. 그런데 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잘렸고, 그는 회사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에반스파이낸셜코퍼레이션은 그 약속이 구두로만 이뤄진 데다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s) 위반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1년 이상 지속될 수밖에 없는 장기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됐어야 했다는 논리였다.호지를 평생 고용하겠다는 건 장기 계약이어서 사기방지법상 서면으로 된 기록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법원은 "논리적으로 사람은 언제든 1년 내에 사망할 수 있다"면서 이 계약이 1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패션 여왕과 광고맨의 거래1917년 미국에서 있었던 'Wood v. Lucy, Lady Duff–Gorden' 사건은 '묵시적 약속(implied promise)'의 존재를 인정한 영미계약법의 고전으로 꼽힌다. 당시 뉴욕 패션계의 아이콘이었던 '레이디 더프-고든(Lady Duff-Gordon)'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명성과 영향력을 가진 디자이너였다. 그녀의 이름과 디자인은 곧 브랜드였고, 이를 활용할 권리는 상당히 가치 있는 자산이었다.레이디 더프-고든은 자신의 이름을 활용한 상품의 독점 판매권을 광고 사업가 켈빈 우드(Kevin Wood)에게 부여했다. 다만 계약서엔 "우드가 직접 상품의 판매나 마케팅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의무 사항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그녀는 독점 계약을 맺었음에도 우드를 거치지 않은 채 다른 회사들과 독자적으로 직접 거래하며 수익을 챙겼다. 그러자 우드는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사건의 핵심 쟁점은 계약서상 우드에게 아무런 의무를 규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독점 계약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였다. 이 사건은 계약서에 명시적 약속이 없더라도 그 상황과 문맥 속에서 당사자의 의무가 묵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판단으로 이어졌다. 계약서에 없는 '대가관계'라니?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간에 '대가관계(consideration)'가 존재해야 한다. 위 사건의 계약서엔 우드의 독점권에 대해 “The exclusive right to pl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우리는 일상에서 '합의'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법에서 합의가 항상 인정되는 건 아니다. 이자 안 물리기로 합의해놓고 달라니?1884년 영국에서 내려진 Foakes v. Beer 판결은 "합의는 했으나 무효"라는 법적 논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Foakes v. Beer, L.R. 9 A.C. 605 (H.L. 1884)). Foakes는 Beer에게 2090파운드의 빚을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당시 이는 매우 큰 돈이었다. 두 사람은 Foakes가 Beer에게 즉시 500파운드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일정 분할 방식으로 갚되, Beer는 이를 '전액 변제'로 간주하고 Foakes에게 원금 채무에 대한 이자를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Foakes는 합의된 방식에 따라 원금 전액을 갚았다. 그러나 Beer는 약속을 어기고 법적으로 허용된 이자까지 청구했다. Foakes는 Beer가 이자는 받지 않기로 서면 합의했다며 소송을 냈다.소송의 쟁점은 Foakes가 Beer에게 이자는 주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음에도 Beer가 이자에 대한 지급 청구를 할 수 있는지였다. 당시 영국 최고법원(House of Lords)은 채권자인 Beer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일부 이행에 따른 채무의 면제(discharge of a duty)에선 '대가 관계(consideration)'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자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Beer의 약속에 대해 Foakes가 어떠한 대가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no consideration) 구속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채무 일부 이행으로 전체 면제받지 못해"이 판결은 "채무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술, 담배 참으면 5000불"…계약일까?1891년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Hamer v. Sidway' 판결은 영미계약법상 '대가(consideration)'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윌리엄 에드워드 스토리 1세는 자기 조카인 윌리엄 에드워드 스토리 2세가 15살일 때 "네가 21살이 될 때까지 술, 담배, 도박, 욕설 같은 비행을 하지 않으면 5000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조카는 이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자신의 자유를 자발적으로 제한하며 비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21살이 된 조카는 삼촌에게 약속한 5000달러를 요청하려 했으나 삼촌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삼촌의 유산 집행자였던 시드웨이(Sidway)는 "조카는 삼촌에게 아무런 '대가'를 제공한 적이 없으므로 이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조카는 자신이 누릴 수 있었던 자유를 포기한 것 자체가 '대가'에 해당한다며 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조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카가 포기한 자유는 단순한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법적으로 누릴 수 있었던 권리를 스스로 제한한 것이며, 이는 명백한 법적 불이익(legal detriment)"이라면서 삼촌이 조카의 행동을 유도한 것을 상호 약속의 교환, 곧 계약상 유효한 대가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Hamer v. Sidway, 27 N.E. 256 (N.Y. 1891)). 이는 단순한 물리적 이득이 아니라 '권리의 포기(foregoing a legal right)' 또한 대가가 될 수 있음을 분명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계약'으로 점철된 일상오늘날 우리는 매일같이 수많은 '약속'을 한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켜고 앱에 접속해 이용 약관에 동의하는 일, 온라인 쇼핑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일, 커피를 사기 위해 모바일 결제를 하는 일, 저녁엔 구독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일 등 일상의 모든 행위는 사실 일종의 계약이다. 이 모든 약속이 법적으로 강제력을 지니는 건 단지 사회적 신뢰 때문이 아니라 법이 사적인 약속에 개입하고 이를 보호하는 원칙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계약의 강제력은 400여 년 전 'Slade’s Case'(Slade v Morley, 76 Eng. Rep. 1074, 1077(K.B.1602))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영미계약법의 역사적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온 대표적 판례다. 법이 어느 영역까지 사적인 약속에 개입해 강제할 수 있는지, 자유의사에 기반한 교환이 법질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 최초의 이정표이자, 오늘날 계약 자유 원칙의 토대라 할 수 있다. 계약은 언제부터 '강제력' 가졌나Slade는 Morley에게 곡물을 팔았고, Morley는 그 대가로 16파운드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Morley가 대금을 지불하지 않자 Slade는 Morley를 상대로 전통적 채무 소송(action of debt)이 아닌, 'Morley가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근거로 한 인수소송(action of assumpsit – 약속을 근거로 한 소송)의 형식으로 소송을 제기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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