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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대환
    조대환 외부필진-로앤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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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학교 법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 로센터에서 계약법을 포함한 기업 법무 분야를 연구했다. 한국과 미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김신유(현, 화우)에 근무할 당시 기업 자문에 집중했다. 메트라이프, 재보험사 스코르 등 글로벌 기업에서 법무·준법·리스크 총괄 책임자로 일하며 다양한 국가와 산업을 아울러 계약·규제 이슈를 해결해 온 실무 중심 전문가다. 현재 법무법인 공유에서 국내외 계약과 기업 법무를 중심으로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KCAB) 국내·국제 중재인, 싱가포르 국제조정센터(SIMC) 조정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영미계약법과 국제거래 계약 실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영미계약법 원리』, 『국제거래 계약의 이해와 기술』 등을 집필했다. 기업·공공기관 강의와 칼럼 기고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 불임으로 믿은 암소가 임신해버렸을 때, 계약은 어떻게 될까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암소 한 마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미국 미시간에서 농부 Sherwood가 Walker로부터 암소 한 마리를 사기로 했다. 당시 당사자들은 그 소가 불임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암소의 가격을 임신할 수 있는 일반 암소의 통상적 가치에 비해 훨씬 낮은 80달러로 정했다.그러나 출고를 앞두고 그 소가 임신한 사실이 드러나자, Walker는 계약 이행을 거절했고, Sherwood는 이미 합의는 성립했으므로 뒤늦게 밝혀진 임신 사실만으로 계약이 소급해 무너질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Sherwood의 입장에서는 매매계약이 이미 성립했고, 계약의 대상은 분명히 그 개체 자체였으며, 나중에 그 소가 임신 상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해서 이미 완성된 합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다. 계약은 당시의 인식과 합의에 따라 판단해야지, 사후에 밝혀진 사정으로 손쉽게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Walker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보았다. 자신이 팔기로 한 것은 임신한 번식용 소가 아니라 불임이라고 믿었던 식용우에 가까운 소였고, Sherwood 역시 같은 전제를 공유했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애초에 이 거래는 서로 다른 대상을 두고 이뤄진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즉 이는 단순한 가격 협상의 실패가 아니라, 거래의 기초가 되는 사실 자체에 대한 당사자 쌍방의 착오라는 논리였다.결국 이 사건은 당사자들이 인식한 계약대상물인 해당 암소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전제가 무너졌

    2026.05.31 13:14
  • "말 안 했을 뿐인데 사기?"…침묵이 '거짓말' 되는 순간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시작되는 거래부동산 거래에서 사람들은 대개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위치와 구조, 가격과 수익성 등과 같은 요소들이 협상의 중심이 된다.그런데, 실제 거래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인 경우도 많다. 건물 내부의 결함이나 구조적 문제처럼 외관상 확인하기 어려운 요소들은 매수인이 사전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이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Obde v. Schlemeyer사건이다. 매도인 슐레마이어(Schlemeyer)는 자신의 아파트 건물을 매수인 오브데(Obde)에게 매도했다. 거래가 성사되기 전, 슐레마이어는 건물 내부에 심각하게 흰개미떼가 득실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매수인은 아파트를 매수한 후에야 건물 내부에 심각한 흰개미(termites) 피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제는 매도인이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전문가의 점검까지 받아둔 상태였다는데도  매수인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훼손된 부분을 보수와 도색으로 가려 외관상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이 사건에서 매도인은 "나는 허위 진술을 한 적이 없다. 단지 매수인으로부터 이에 관한 질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전통적 계약법의 논리로 계약은 원칙적으로 각자의 책임 하에 체결되는 것이며, 매도인에게 일반적인 정보 제공 의무는 없다.반면 매수인은 이는 단순한 침

    2026.05.02 00:00
  • 예상하지 못한 손해는 누구의 몫인가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지연된 배송, 멈춰버린 영업한 온라인 쇼핑몰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앞두고 있다고 하자. 행사 당일 새벽, 핵심 서버에 장애가 발생하자 이를 복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품을 외부 업체에 보내 긴급 수리를 맡겼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배송 지연으로 준비했던 행사가 무산되어 막대한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면, 이 손해는 모두 배송업체가 책임져야 할까?19세기 Hadley v. Baxendale 사건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대표적 판례이다. 제분소를 운영하던 Hadley는 공장의 핵심 설비인 크랭크축이 고장 나면서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손상된 부품을 제조업자에게 보내 복제품을 만들고 다시 장착하기 위해 운송업자 Baxendale에게 운송을 의뢰했다. 그런데 부품의 운송은 지연됐고, 그 기간 동안 제분소는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생산은 전면 중단되었고 그로 인한 영업손실은 크게 확대되었다. 이에, Hadley는 운송업자 Baxendale 운송업자를 상대로 단순한 운송 지연에 따른 비용뿐 아니라,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수익 손실까지 포함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에서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 중 어느 범위까지 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Hadley의 청구는 "당신이 제때 운송했더라면, 내 공장은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인과관계의 논리만 놓고 보면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2026.04.04 14:04
  • "네가 먼저" 계약 이행 줄다리기…250년전 英판례의 교훈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통상 거래 현장에선 비슷한 대화가 되풀이되곤 한다. "계약을 먼저 이행하세요" "아니요, 당신이 먼저 해야죠" 겉보기엔 사소한 이 공방은 사실 계약의 구조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다. 약속의 '순서'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심리전이 아니다. 법률적으로 어떤 의무가 언제 발생하고, 어떤 조건 아래에서 상대방의 청구가 정당화되는지에 관한 중요한 문제다. 계약은 신의성실이나 선의만으로 이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법은 인간이 맺은 약속을 일정한 조건의 체계 속에 배치해 거래의 안정성과 공평을 설계한다. 누가 먼저 행동할 것인지, 상대방의 의무는 언제 성립하는지, 그 순서를 정하는 기준이 바로 조건, 그리고 그 조건을 둘러싼 법리적 구조다. 이 구조가 분명할수록 계약 당사자는 "믿느냐, 못 믿느냐"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무엇을 이행해야 하느냐"를 기준으로 움직이게 된다. '조건부 약속' 법리 출발점 된 판례1773년 영국 런던의 한 비단포목상(mercer)은 자신과 함께 일하던 견습공(apprentice)과 계약을 맺었다. 1년 3개월이 지나면 자신의 사업을 견습공에게 넘기고, 견습공은 그 대가를 매달 나눠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다. 이들은 분할금 지급과 관련해 '안전하고 충분한 담보'(good and sufficient security)가 제공됐다고 인정될 것을 전제로 뒀다. 시간이 지난 뒤 견습공은 충분한 담보를 마련하지 않은 채 비단포목상에게 사업 이

    2026.02.28 07:00
  • 바람같은 말만 믿고 계약했다간…"법정서 큰코 다쳐요"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1920년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쟈니(Gianni)는 한 건물 1층에 세 들어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건물주 알 러셀 컴퍼니(R. Russell & Co.)와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잡화점에서 더 이상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 대신, 앞으로 이 건물에서 음료는 당신 가게에서만 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보장받았다고 믿고 담배 판매를 포기했다. 그러나 정작 계약서 어디에도 음료 판매 독점권에 관한 조항은 없었다.새 계약 체결 이후 그 건물의 다른 공간에 새로 입점한 약국이 음료를 팔기 시작했다. 쟈니는 담배 판매를 중단하고 임대료까지 높인 조건을 받아들인 건 오로지 음료 판매 독점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음료 판매 독점이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었다면 당연히 계약서에 명시됐어야 한다"고 보고, 건물주가 새 에이전트와 서면 계약을 체결하기 전 원고에게 사실상 그러한 약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외부 증거'는 인정될 수 없다면서 쟈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Gianni v. R. Russell & Co., 126 A. 791, 792 (Pa. 1924)). '구두증거배제의 원리'란?임대 계약서(written lease agreement)가 존재하는 이상 그것이 양 당사자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통합된 합의(final and complete integrated agreement)로 간주되며,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구두 약속은 법정에선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는

    2026.01.31 16:58
  • "없던 일로 합시다"…꿈에 부풀었던 여행 가이드의 좌절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1853년 영국 런던, 여행 가이드였던 호크스터(Hochster)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해 여름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대륙을 여행할 계획이던 귀족 드 라 투르(De la Tour)와 전속 가이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여행은 단순 오락이 아니라 사회적 신분과 교양 수준을 드러내는 중요한 행위였고, 가이드에게 여행을 떠나는 귀족과의 전속 계약은 수입과 동시에 명예를 보장해 줄 기회로 여겨졌다. 호크스터 역시 그 여행이 자신의 커리어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꿈에 부풀었던 여행 가이드의 좌절그러나 출발일이 다가오기 전 드 라 투르는 갑작스럽게 편지를 보내 "미안하지만, 여행을 안 가기로 했다. 계약도 없던 걸로 하자"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호크스터 그를 상대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드 라 투르는 그 소송이 '시기상조'(premature)라며 계약 이행일인 여행 출발일 전까지는 계약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 영국 법원은 계약 이행을 약속한 날이 되기 전에는 계약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계약을 강제하지 않는 한 달리 구제 방법이 없는 경우, (손배소를 제기하는 것이) 시기상조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계약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했다면 굳이 이행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이 선

    2026.01.10 12:00
  • "같은 생각 아니었어?"…계약의 적, 모호함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계약의 해석을 둘러싼 분쟁은 단순히 계약서 문구의 사전적 의미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진짜 쟁점은 계약 체결 당시 각 당사자가 그 문구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즉 상호 의사의 일치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있다. 대표적인 판례가 바로 Raffles v. Wichelhaus 사건이다. 1864년 영국 리버풀의 무역상 위첼하우스(Wichelhaus)는 인도의 상인 래플스(Raffles)로부터 면화를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엔 단지 "피어리스(Peerless)호를 통해 인도한다"는 문구만 있었고, 출항 시기나 선적 일정은 명시돼 있지 않았다. '피어리스호'의 함정문제는 인도 봄베이(뭄바이)에서 영국으로 항해하던 배 중 '피어리스'라는 이름의 선박이 두 척 있었다는 점이다. 한 척은 10월에, 다른 한 척은 12월에 출항했다. 위첼하우스는 가을 장사 시기에 맞춰 면화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이 때문에 10월에 출항한 배를 전제로 계약했다고 믿었다. 반면 래플스는 자신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배가 12월 출항하는 배였기에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12월 배가 도착하자 위첼하우스는 "내가 주문한 피어리스호가 아니다"라며 인수를 거부했다.매수인은 10월 선적을, 매도인은 12월 선적을 주장하며 양측의 입장이 완전히 엇갈린 것이다. 법원은 양 당사자 모두가 '피어리스'라는 이름의 서로 다른 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상대방이 어떤 배를 언급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

    2025.12.13 07:00
  • 말로만 한 고용 계약, 법적으로 유효한 이유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요즘 세상에서 '평생'직장'이란 말은 거의 사라진 듯하다. 대기업도 정리해고를 시행하고, 스타트업은 개업 후 몇 년 만에 문을 닫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구직 현장에선 "우린 장기적인 관계를 원한다", "정년 없는 회사다" 같은 말이 심심찮게 오간다. 만약 당신이 이 말을 믿고 안정된 직장을 떠나 새 직장을 옮겼다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곳에서 해고 당했다면, 그 말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죽을 때까지 일하세요"라는 말, 믿어도 될까?1987년 미국 워싱턴DC 순회항소법원은 'Hodge v. Evans Fin. Corp.' 사건에서 이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답변을 내놨다. 원고인 호지(Hodge)는 피고 회사인 에반스파이낸셜코퍼레이션(Evans Financial Corp.)으로부터 "남은 여생 동안 고용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은 뒤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했다. 그런데 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잘렸고, 그는 회사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에반스파이낸셜코퍼레이션은 그 약속이 구두로만 이뤄진 데다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s) 위반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1년 이상 지속될 수밖에 없는 장기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됐어야 했다는 논리였다.호지를 평생 고용하겠다는 건 장기 계약이어서 사기방지법상 서면으로 된 기록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법원은 "논리적으로 사람은 언제든 1년 내에 사망할 수 있다"면서 이 계약이 1

    2025.11.15 07:00
  • 100년전 패션여왕의 계약…법은 '신뢰'를 읽었다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패션 여왕과 광고맨의 거래1917년 미국에서 있었던 'Wood v. Lucy, Lady Duff–Gorden' 사건은 '묵시적 약속(implied promise)'의 존재를 인정한 영미계약법의 고전으로 꼽힌다. 당시 뉴욕 패션계의 아이콘이었던 '레이디 더프-고든(Lady Duff-Gordon)'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명성과 영향력을 가진 디자이너였다. 그녀의 이름과 디자인은 곧 브랜드였고, 이를 활용할 권리는 상당히 가치 있는 자산이었다.레이디 더프-고든은 자신의 이름을 활용한 상품의 독점 판매권을 광고 사업가 켈빈 우드(Kevin Wood)에게 부여했다. 다만 계약서엔 "우드가 직접 상품의 판매나 마케팅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의무 사항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그녀는 독점 계약을 맺었음에도 우드를 거치지 않은 채 다른 회사들과 독자적으로 직접 거래하며 수익을 챙겼다. 그러자 우드는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사건의 핵심 쟁점은 계약서상 우드에게 아무런 의무를 규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독점 계약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였다. 이 사건은 계약서에 명시적 약속이 없더라도 그 상황과 문맥 속에서 당사자의 의무가 묵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판단으로 이어졌다. 계약서에 없는 '대가관계'라니?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간에 '대가관계(consideration)'가 존재해야 한다. 위 사건의 계약서엔 우드의 독점권에 대해 “The exclusive right to pl

    2025.10.18 07:00
  • "공짜약속은 힘이 없다"…140년전 소송이 준 교훈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우리는 일상에서 '합의'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법에서 합의가 항상 인정되는 건 아니다.  이자 안 물리기로 합의해놓고 달라니?1884년 영국에서 내려진 Foakes v. Beer 판결은 "합의는 했으나 무효"라는 법적 논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Foakes v. Beer, L.R. 9 A.C. 605 (H.L. 1884)). Foakes는 Beer에게 2090파운드의 빚을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당시 이는 매우 큰 돈이었다. 두 사람은 Foakes가 Beer에게 즉시 500파운드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일정 분할 방식으로 갚되, Beer는 이를 '전액 변제'로 간주하고 Foakes에게 원금 채무에 대한 이자를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Foakes는 합의된 방식에 따라 원금 전액을 갚았다. 그러나 Beer는 약속을 어기고 법적으로 허용된 이자까지 청구했다. Foakes는 Beer가 이자는 받지 않기로 서면 합의했다며 소송을 냈다.소송의 쟁점은 Foakes가 Beer에게 이자는 주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음에도 Beer가 이자에 대한 지급 청구를 할 수 있는지였다. 당시 영국 최고법원(House of Lords)은 채권자인 Beer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일부 이행에 따른 채무의 면제(discharge of a duty)에선 '대가 관계(consideration)'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자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Beer의 약속에 대해 Foakes가 어떠한 대가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no consideration) 구속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채무 일부 이행으로 전체 면제받지 못해"이 판결은 "채무의

    2025.09.20 07:00
  • "금주·금연하면 700만원" 약속에…법적 구속력 생긴 이유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술, 담배 참으면 5000불"…계약일까?1891년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Hamer v. Sidway' 판결은 영미계약법상 '대가(consideration)'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윌리엄 에드워드 스토리 1세는 자기 조카인 윌리엄 에드워드 스토리 2세가 15살일 때 "네가 21살이 될 때까지 술, 담배, 도박, 욕설 같은 비행을 하지 않으면 5000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조카는 이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자신의 자유를 자발적으로 제한하며 비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21살이 된 조카는 삼촌에게 약속한 5000달러를 요청하려 했으나 삼촌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삼촌의 유산 집행자였던 시드웨이(Sidway)는 "조카는 삼촌에게 아무런 '대가'를 제공한 적이 없으므로 이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조카는 자신이 누릴 수 있었던 자유를 포기한 것 자체가 '대가'에 해당한다며 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조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카가 포기한 자유는 단순한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법적으로 누릴 수 있었던 권리를 스스로 제한한 것이며, 이는 명백한 법적 불이익(legal detriment)"이라면서 삼촌이 조카의 행동을 유도한 것을 상호 약속의 교환, 곧 계약상 유효한 대가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Hamer v. Sidway, 27 N.E. 256 (N.Y. 1891)). 이는 단순한 물리적 이득이 아니라 '권리의 포기(foregoing a legal right)' 또한 대가가 될 수 있음을 분명

    2025.08.25 02:18
  • "말해놓고 안 지킬 거야?"…400년 전 법이 참견했다 [조대환의 영미계약법 스케치]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계약'으로 점철된 일상오늘날 우리는 매일같이 수많은 '약속'을 한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켜고 앱에 접속해 이용 약관에 동의하는 일, 온라인 쇼핑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일, 커피를 사기 위해 모바일 결제를 하는 일, 저녁엔 구독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일 등 일상의 모든 행위는 사실 일종의 계약이다. 이 모든 약속이 법적으로 강제력을 지니는 건 단지 사회적 신뢰 때문이 아니라 법이 사적인 약속에 개입하고 이를 보호하는 원칙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계약의 강제력은 400여 년 전 'Slade’s Case'(Slade v Morley, 76 Eng. Rep. 1074, 1077(K.B.1602))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영미계약법의 역사적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온 대표적 판례다. 법이 어느 영역까지 사적인 약속에 개입해 강제할 수 있는지, 자유의사에 기반한 교환이 법질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 최초의 이정표이자, 오늘날 계약 자유 원칙의 토대라 할 수 있다.  계약은 언제부터 '강제력' 가졌나Slade는 Morley에게 곡물을 팔았고, Morley는 그 대가로 16파운드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Morley가 대금을 지불하지 않자 Slade는 Morley를 상대로 전통적 채무 소송(action of debt)이 아닌, 'Morley가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근거로 한 인수소송(action of assumpsit – 약속을 근거로 한 소송)의 형식으로 소송을 제기했

    2025.07.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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