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서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서있는 모습. / 사진=뉴스1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이 수수료 체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6월 '배민1'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프로모션 요금제'를 적용해 자영업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배민1은 기존 일반 배달에 비해 배달료가 높지만, 주문이 접수되면 배달원이 한 집으로만 가서 배달하는 단건 서비스다. 당시 프로모션 요금제 중개수수료는 1000원, 배달비는 5000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배달의민족은 프로모션 요금을 종료하고 기본형 기준 중개수수료 6.8%(부가세 포함 7.48%)에 배달비 6500원(자영업자 6000원, 소비자 500원 부담)으로 변경했다.

변경된 체계에 따르면 배달비가 1000원이 올랐으나 고정으로 지불했던 수수료는 정률제로 바뀌었다. 주문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커지는 방식인 셈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배민1으로 팔면 남는 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민1 수수료 개편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업 7개월 차라고 밝힌 업주 A 씨는 "프로모션 종료 후 배달료를 1000원씩 인상했더니 배달주문이 뚝 끊겼는데 그렇다고 안 올리자니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배달 플랫폼에서도 이윤이 얼마 안 남는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상승분은 임계점을 넘었다"며 "자영업자들이 음식값을 올려서 스스로 방패막이가 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 씨는 "플랫폼에서는 배달 팁은 매장 사장님이 결정한다고 하면서 배달비 인상에 대한 화살을 그대로 자영업자에게 넘긴다"며 "손님한테 붙는 배달비가 자영업자 매출로 잡히고 우리가 부가세를 내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분노했다.
한 자영업자가 올린 사진.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한 자영업자가 올린 사진.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일부 자영업자들은 리뷰 댓글, 영수증 등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직접 배민1 이용 자제를 호소하거나 각종 리뷰 이벤트를 배민1에서 진행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식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홀 운영을 위주로 하는 일부 가게는 배민1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또 '배민 횡포 대응 방'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등 자영업자들이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배민은 지난 8일 "배민1에서 음식점으로 1만원짜리 주문이 들어갈 경우 입점업소로부터 얻는 수수료 매출은 680원이 전부"라며 "사장님과 고객이 분담하는 6000원의 배달비는 배민의 수수료 수익이 아니라 실제 배달 수행에 들어가는 경비"라고 해명했다.

배민은 "배달비 6000원은 빠른 배달이라는 서비스 가치를 누리려는 소비자와 단건 배달이라는 새로운 매출로 최고의 상태로 음식을 보내드릴 수 있는 식당이 분담하는 실제 경비이고, 분담 금액도 식당이 알아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문 중개수수료 6.8%는 국내와 해외를 아울러 동종 업계 중에서 저렴하게 책정된 요율"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의 배달료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손실을 메꾸려는 업주들은 불가피하게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나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배달비 공시제를 들고나왔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한 달 기준으로 이뤄지는 공시는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에 배달료를 낮추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자영업자에게 맞는 수수료 정책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