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요금 올려서 안본다더니…K좀비 '지우학' 통했네
요금을 기습적으로 인상해 비판 여론을 맞은 넷플릭스가 오히려 역대 최대 결제 금액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올해 1월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이 이용자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어플리케이션(앱) 분석서비스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이용자들은 넷플릭스에서 826억원을 결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 전년 동월(672억원)과 비교하면 23%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KT, LG유플러스, 구글 등을 통한 결제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실제 결제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기습적 요금 인상으로 인기가 주춤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상륙한 지 5년 만인 지난해 11월 요금을 인상했다. 스탠다드 요금제가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 요금제가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사진=와이즈앱
사진=와이즈앱
요금 인상으로 일부 회원들 이탈이 발생하면서 넷플릭스 이용도 잠시 주춤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제액이 지난해 10월 결제금액 804억원에서 같은해 11월 768억, 요금 인상 후인 12월엔 745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12월의 하락세를 이겨내고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린 이유는 넷플릭스가 올 1월 공개한 '지우학'의 역할이 단연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우학'은 지난 10일 기준 넷플릭스 전세계 톱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스 멕시코 브라질 영국 인도 일본 프랑스 헝가리 등 42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TV 비영어 부문에서 역대 시청 시간 순위 5위에 올랐다.

다만 1월 정점을 찍은 넷플릭스의 결제액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마다 결제해 콘텐츠를 몰아볼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특성상 오른 요금제가 부담스러운 이용자들이 매월 결제하기보다는 질 좋은 콘텐츠를 결제한 달에 몰아보려는 경향도 보이기 때문이다.

경쟁업체인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도 넷플릭스에 맞서 기대작 라인업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다른 OTT들도 신규 콘텐츠를 계속 공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