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게임 업계에 가장 핫했던 단어는 ‘NFT(대체불가능토큰)’이었습니다. 위메이드의 NFT 게임 ‘미르4’는 지난 8월 글로벌 출시 후 이용자 트래픽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한 달 만에 글로벌 서버 100개를 돌파했습니다. 초반 서버를 11개만 준비했다는 걸 생각하면 예상보다도 더 큰 성과였던 셈이죠. 주가는 8월 5만원 언저리에서 지난달 23만7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엔씨소프트는 NFT 게임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컴투스, 넷마블, 크래프톤 등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NFT 게임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선 “NFT를 스치기만해도 주식은 상한가, 게임은 대박”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런 NFT 게임에도 맹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NFT 게임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엑시인피니티’가 최근 처한 위기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 이 상황은 “NFT게임이라도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갖추지 못하면 망한다”는 교훈을 업계에 주고 있습니다.
엑시인피니티는 NFT인 몬스터를 키우고 이 몬스터로 전투하는 게임입니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이용자들은 SLP라는 가상화폐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SLP를 사용해 NFT 몬스터를 키울 수 있습니다. SLP는 몬스터를 키우는 일종의 먹이인 것이죠. 이용자들은 NFT 몬스터를 팔거나, SLP를 현금화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엑시인피니티는 DAU(하루 접속자) 200만 명을 끌어 모으며 흥행가도를 달렸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든 것이죠. 지금 게임업계에 불고 있는 NFT 게임 열풍이 “게임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사람들이 게임을 많이 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는데, 엑시인피니티의 사례가 이러한 기대가 왜 생겼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엑시인피니티’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난 몇 개월 SLP의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 7월 520~580원에 거래되던 SLP는 12월 초 70~8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SLP의 가격이 하락한다면 엑시인피니티가 흥행하는 조건이었던 ‘돈버는 게임’이란 이미지가 퇴색된다는 것입니다. SLP와 연동되는 NFT 몬스터도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이용자들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 사태는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은 없고,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만 있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엑시인피니티 이용자는 70%가 동남아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남아 이용자들이 게임에 진입하는 이유는 대부분 소득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상대적으로 시급이 낮으기 때문에 엑시인피니티를 통해서 버는 소득에 대한 유인이 더 컸던 것이죠.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SLP를 얻자마자 현금화를 하며 SLP가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면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없으니 SLP 실수요는 없는 상황입니다. 즉,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자연스럽게 SLP 가격은 하락하게 된 겁니다. 최근 엑시인피니티의 개발사 스카이 마비스도 “엑시인피니티 플레이어들이 SLP를 현지 화폐로 바꾸려 하고 이것은 SLP 토큰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놨습니다.
엑시인피니티 게임 화면엑시인피니티가 처한 상황은 사실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NFT라는 것은 디지털 자산입니다. 자산이라는 것은 모두가 원할 때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죠. 부동산, 주식, 채권, 현금 모두 그렇습니다. NFT게임에서 NFT 아이템의 자산은 그 게임을 얼마나 사람들이 즐기고 있고, 그래서 그 아이템을 원하냐에 따라서 가치가 정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NFT를 붙이기만 해도 게임은 흥행한다”는 말이 전부가 아닌 것을 보여줍니다. NFT 게임도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반 통화와 NFT에 대한 실수요가 생깁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은 그 다음입니다.
게임사들이 앞다퉈 NFT 게임 출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어떤 게임인지보다 NFT를 붙였다는 데 방점을 찍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임 본연의 재미’는 게임산업 역사에서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절대 경쟁력인 걸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가 ‘광고’가 아닌 ‘중개’ 행위에 해당한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별도의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은 핀테크 기업이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저촉 소지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법무법인 광장과 디지털금융법포럼은 지난 7일 ‘금융플랫폼 규제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대면인지 비대면인지에 따라 금융상품 판매 방식의 차이가 큰 만큼 금융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전통적인 금융 규제와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환경 변호사와 이한경 변호사에 따르면 대면 방식의 금융상품 판매는 금융소비자가 계약체결 의사를 가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대면 채널의 경우 소비자가 계약체결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 파악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이외에도 비대면 방식은 대면 방식에 비해 금융소비자가 △대인적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상품 판매절차를 중단할 수 있으며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의 금융 법령은 대면 금융상품 중개를 전제로 해 엄격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데, 소비자에 대한 구속력이 크지 않은 금융플랫폼에 대해선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두 변호사는 모든 업권의 금융상품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는 진입규제를 새로 만드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행 법령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업권별로 별도의 판매 관련 진입규제를 두고 있다. 하나의 라이선스만 있어도 여러 업종의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중개할 수 있도록 한 일본의 ‘금융서비스 중개업’을 참고할 만하다는 주장이다.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소비자의 금융정보를 한데 모아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가능케 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지난 1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금소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핀테크 업계의 수장 격인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카카오페이 대표)도 지난달 “이대로 가다가 (한국이) 핀테크 후진국이 될 수 있다”며 정부를 향해 날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류 협회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소법으로 (금융 플랫폼) 서비스가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은 핀테크 규제보다 육성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핀테크의 금융상품 추천 과정에서 ‘사고’가 터지면 강한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해도 되는데, 서비스를 원천 막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가 편리하고 자세하게 자신에 적합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입장이다.업계와 법조계 등에서 지적에 잇따르자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 고 위원장은 지난 9일 핀테크 업계와 첫 간담회를 열고 “온라인 금융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보호 원칙은 지켜나가되 맞춤형 비교·추천 등 혁신적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규제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업무자동화 시장이 덩달아 꿈틀거리고 있다. 업무자동화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업을 완료하는 동시에 다양한 업무를 데이터화해 고도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이콜트리는 기업의 ‘초자동화’를 이끈다는 목표로 업무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2017년 설립된 이콜트리는 자동화 플랫폼 ‘박스우드’를 개발했다. 박스우드는 인공지능(AI),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술 등이 녹아 있는 솔루션 플랫폼이다. 웹 기반으로 만들어진 박스우드 안에서 고객이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자동화할지 설계하는 방식이다. 모든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업무자동화 수준을 알려주면서 해당 업무가 잘 되고 있는지 판단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추원호 이콜트리 대표(사진)는 “박스우드를 이용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자체 조사 결과 박스우드를 사용한 기업들의 업무처리 시간이 90% 단축됐고, 운영비용은 60% 절감됐다”고 말했다.머신러닝을 통한 프로그램 고도화도 지속하고 있다. 업무자동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적합한 기능을 빠르게 효율화하고 있다. 추 대표는 “강화학습을 활용한 최적화와 자동화를 실행하는 기술력, 노하우에서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AI 성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대화형 AI 업체 코어AI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코어AI는 기계가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시스템에서 원하는 정보를 사용자에게 대화형으로 요청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콜트리는 이 기술을 박스우드 등 다양한 솔루션에 적용했다. 또한 머신러닝을 통한 솔루션 고도화 작업을 AI 솔루션 업체 애자일소다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3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20억원으로 뛸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솔루션은 내년 1월 전 세계 법인으로 사용처가 확대된다.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유망 스타트업들이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대거 정부 포상을 받았다.게임 스타트업 111퍼센트는 최근 제58회 무역의 날을 맞아 ‘5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수출의 탑’은 정부가 매년 수출 성과가 좋은 기업에 주는 상이다. 이번에는 작년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포상 기업을 선정했다. 111퍼센트는 작년에도 ‘3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올해로 3년 연속 수상이다. 2015년 설립된 111퍼센트는 지난해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모바일 게임 ‘랜덤 다이스’가 111퍼센트의 실적을 이끌었다. 김강안 111퍼센트 대표는 “최근 블록체인 신사업을 비롯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온라인 콘텐츠 개발사 슈퍼진은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알람 앱 ‘알라미’를 운영하는 딜라이트룸은 ‘5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