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 국제학술지 발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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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협하는 비만이 늘고 있다. 국내 비만율은 2007년 31.7%에서 2019년 33.8%로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고도비만의 경우 2009년 3.5%에서 2018년 6%까지 약 2배가 증가했다. 고도비만은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인 경우로, 정상인 대비 당뇨 발생 위험은 4배, 고혈압 발생 위험은 2.7배에 이른다.

고도비만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과식이다. 습관처럼 과식을 하는 생활방식이 쌓여 고도비만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그런데 지난 7일 국제학술지 ‘뉴런’에 과식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세포가 알콜이나 약물 중독 시 활성화되는 영역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즉 과식은 습관을 넘어선 중독에 가깝다는 것이다.

'글루타메이트성 뉴런'이라고 불리는 이 뇌세포는 ‘글루타메이트’라는 흥분성 신호전달물질에 반응한다. 뇌의 외측 시상하부 영역에 위치하며, 섭식을 포함해 보상 등의 동기가 부여된 행동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은 이 뉴런이 뇌의 복측피개영역과 활발하게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복측피개영역은 중독을 일으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위다. 약물과 같은 보상 자극에 의해 이 부위가 활성화되면 기쁨, 동기부여 등에 관여하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런 보상 경로가 반복적으로 활성화되면 중독에 이르게 된다.

가레트 스튜버 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연구 결과 과식(섭식 장애)을 일으키는 뇌 회로가 중독을 일으키는 뇌 영역과 큰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스튜버 교수는 지난 10여년 간 통증, 중독, 섭식 장애 등에 대한 뇌 연구를 해온 연구자다.

연구진은 과식이 중독 행동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섭식 조절 호르몬으로 알려진 렙틴과 그렐린의 영향을 추가로 연구했다. 렙틴은 포만감을 알려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 그렐린은 반대로 뇌에게 공복임을 알려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연구진은 렙틴이 복측피개영역의 활성을 증가시키고, 그렐린은 반대로 활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과식을 했을 때 분비되는 렙틴이 마치 약물과 같은 보상 자극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튜버 교수는 “글루타메이트성 뉴런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과식으로 인한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뇌의 다른 부분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지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식으로 인한 보상경로를 서서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뇌는 지속적인 행동과 습관에 따라 변하는 '뇌가소성'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과식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운동 등을 통해 도파민 분비를 늘리는 방식으로 새로운 보상 경로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뇌의 가소성은 성인보다는 청소년에서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 관계자는 "성인의 경우 새로운 보상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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