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벤디스,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 성공
매년 200% 성장, 식권대장 이용자 하루 13만명
‘빌딩타기’마다않고 레퍼런스 만들어 기업 설득
조정호 벤디스 대표 / 사진=벤디스

조정호 벤디스 대표 / 사진=벤디스

‘모바일 식권 시장을 개척하자’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 벤디스는 직장인을 위한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내놨다.

식권대장은 기업 입장에선 모바일 식대 관리 솔루션이고, 제휴점(식당)으로선 매출로 직결되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기업, 제휴점, 직장인 등 세 주체의 니즈를 만족시켜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성장해왔다.

지난해 식권대장으로 거래된 금액은 600억원이다. 매년 평균 200% 가까운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식권대장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만 하루 13만명, 제휴점은 3만 곳에 달한다.

상황 1 B2B 마케팅, 왕도가 없다
도전 1 레퍼런스를 만들어라
식권대장은 개인 고객이 아니라 기업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 기업이 자사 임직원들의 식대를 관리할 솔루션으로 식권대장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개인보다 훨씬 보수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고 있는 기업을 상대로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제품을 세일즈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며 “식권대장을 소개하면서 ‘이걸 쓰는 다른 기업이 있나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B2B 마케팅에서 고객을 설득하려면 레퍼런스가 필요했다. 왕도가 없었다. 기업을 만나는 빈도를 높여야 했다.

주요 오피스 지역에서 ‘빌딩타기’를 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광화문, 종로, 여의도 등에 있는 빌딩에 들어가 꼭대기층부터 내려오면서 노크를 했다. 식권대장 소개서를 내밀며 5분만이라도 설명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대부분 문전박대로 이어졌다.

어렵사리 기회를 잡았다. 한 IT기업에서 담당 부서 직원들만 1주일간 먼저 사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적용이 처음이라 오류가 발생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일은 30분 내에 답장한다’, ‘전화는 세 번 울리기 전에 받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철저히 지키면서 응대했다. 그런 태도를 높게 평가한 그 기업이 첫 고객사가 됐다.

2015년 한솔제지를 고객사로 맞이하면서 입소문만으로 기업들이 문의를 해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 대표는 “식권대장 같은 B2B솔루션은 한 고객사를 유치하는데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하지만 일단 고객사가 되면 이탈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황 2 “이거 될 것 같은데”
도전 2 정답은 고객의 목소리에 있다
식권대장을 출시하기 전, 조 대표는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막연한 상상으로 아이템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서비스는 꼭 필요할거야”라고 직감에 의존한 것이 문제였다.

2010년 로컬 식당들을 연결해 스마트폰으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게 한 ‘숨포인트’가 첫 번째 경우다.

맛집 마니아들은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작은 식당들을 더 즐겨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그런 식당들을 위한 적립 서비스를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제휴 식당이 10개쯤 됐을 때 한 가게 주인이 “사실 당장 매출이 중요하지. 적립 서비스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자영업자들에게 ‘고객 관리’는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것과 매출창출이 로컬 비즈니스의 핵심이란 점을 깨달았다.

두 번째 시행착오는 2012년 시작한 로컬 식당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처럼 로컬 식당의 식사 상품권을 모바일 앱 기반으로 만들었다.

3개월만에 150개 식당과 제휴를 맺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이번엔 사용자가 문제였다. 사용처에 집중한 나머지 사용자가 앱에서 상품권을 서로 주고받거나 식당에서 결제하는 방식에 최적화가 부족했다.

사용자 모객에 어려움을 겪던 중 ‘모바일 식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정답은 항상 고객의 목소리에 있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여의도 중심 상가로 나갔다. 큰 골목 하나에 딸린 식당 수가 300개에 달했고, 식당 창문마다 ‘식권 받습니다’, ‘장부거래 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왜 그런 문구를 붙였냐는 질문에 “우리는 직장인 점심 장사로 먹고 사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있게 식권대장을 출시했다.
사진=벤디스

사진=벤디스

상황 3 코로나19 팬데믹
도전 3 식당 안 가도 식사는 한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식권대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았다. 일부 고객사들이 재택 근무를 실시하거나 출근일을 줄이면서 식대 사용량이 평균 5% 가량 감소했다.

조 대표는 유연해진 점심 시간과 근무 형태에 맞춰 지난해 초 시작한 ‘예약배달식사’ 서비스를 확대했다. 식권대장 앱을 통해 오전에 음식을 주문하면 점심 시간에 사무실에서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점심 시간마다 붐비는 식당을 방문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개별적으로 식사할 수 있어 코로나19 상황에 딱 맞는 서비스로 인기를 모았다. 예약배달식사 서비스는 연 150%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식권대장의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조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예약배달식사는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며 “식당을 방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회사 인근 식당에서는 먹을 수 없는 새로운 메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유주방과 같이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제휴점이 예약배달식사와 결합하면서 만족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디스는 지난해 ‘간식대장’이란 브랜드를 출시했다. B2B를 넘어 B2C 커머스로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출시 1년만에 30만개가 판매되며 종합과자선물세트의 유행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식권대장의 성공은 두 가지 노력때문에 가능했다.

첫째는 왕도가 없는 B2B 마케팅에서 더디더라도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만들어가는 노력이다. 빌딩타기를 마다하지 않은 끈질긴 도전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둘째는 고객의 목소리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고객의 상황에 맞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고객의 목소리에서 파악해내려 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사실 두 가지 모두 누구나 잘 아는 것이다. 아는 것을 충실히 실천해야 남과 달라질 수 있다.

장경영 선임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케팅에서 고객의 니즈(needs)를 학문적으로 정의하면 ‘무언가 결핍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목이 마르면 콜라가 마시고 싶고, 배가 고프면 도미노피자가 먹고 싶을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은 무언가 결핍을 느꼈을 때 그것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그런데 고객의 니즈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첫번째는 고객이 시장에서 이미 구체적으로 ‘표현한 니즈’이다. 예를 들어, TV의 경우 소비자들은 더 좋은 화질과 더 얇고 가벼운 제품을 원한다. 자동차의 경우 더 연비가 좋고 더 안전하고 더 멋있는 디자인을 원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 스스로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리고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니즈가 있다. 이때 마케터의 역할은 소비자가 이미 표현한 니즈를 최대한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는 소비자들이 ‘미처 표현하지 못한’ 니즈들도 많다. 예를 들어,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 ‘기술’이 소비자의 니즈를 앞서갈 때가 많다. 이때 소비자들은 애초부터 새로운 혁신 기술이 자신의 어떤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 예측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그런 기술이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마케터는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먼저 개발하고, 소비자들을 교육시키면서 시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또 다른 예는 소비자들이 결핍, 혹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이다. 다시 말해, 오랜 시간 특정 결핍을 해결해주는 제품, 서비스가 없어서, 혹은 오래된 관습으로 인해 고객 스스로 니즈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식권대장이 해결한 고객 니즈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과거 여의도, 광화문 등의 직장가에서 많은 기업들이 식권과 장부를 이용해 직원들의 식사를 해결해왔다. 디지털 시대에 식권과 장부를 기입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고 불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식권대장이 이를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았다. 식권대장의 서비스로 인해, 기업, 식당, 직원 소비자 모두의 표현되지 못했던 ‘미충족 욕구(unmet needs)’가 한번에 해결되었다. 식사 비용을 처리하는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까지 효율적으로 개선되었다. 마케터가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어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창출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항상 거창하게 시작될 필요는 없다. 식권대장처럼 우리 주변의 다양하고 소소한 소비자 구매 과정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고, 그 속에서 그동안 표현되지 못했던 미충족 욕구를 찾는 것만으로도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위픔’(WIIFM, What is in it for me?)은 ‘소비자 관점’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마케터와 기업은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한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제품(서비스)이라거나, 기존 제품(서비스)에 비해 뛰어난 장점이 많다는 것을 소비자가 인식하도록 애를 쓴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소비자 관점이다. 소비자 입장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는 그것이 아무리 좋은 제품(서비스)이더라도 ‘위픔’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내(소비자)가 얻는 게 무엇이냐’는 생각을 한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생각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소비자는 위픔을 통해 그것이 자신에게 필요한 소비인지를 따져야 한다.

식권대장의 두 가지 시행착오는 위픔과 소비자 관점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첫 번째 시행착오에서의 소비자는 골목 안쪽의 작은 식당들이다. 식권대장은 작은 식당들에게 도움이 될 적립 서비스를 제안했지만 고객 관리보다는 당장의 매출이 중요한 소비자(작은 식당들)의 입장은 살피지 못했다. 두 번째 시행착오도 식사 상품권 모바일 앱의 사용자(소비자) 관점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했다.

소비자 관점을 중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그 중에서 고객여정(customer journey)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소비자는 제품(서비스)의 필요를 인지하는데서 시작해 여러 단계를 거쳐 구매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소비자의 다양한 경험을 고객여정이라고 한다.

일례로 고객여정을 활용해 소규모 커피 전문점의 쿠폰 서비스 디자인 콘셉트를 만든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알뜰형’(쿠폰을 잘 관리하고 최대한 활용), ‘부자형’(쿠폰에 연연하지 않고 받아도 바로 버림), ‘건망증형’(쿠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잘 잃어버림) 등 세 가지 유형의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3명의 페르소나가 커피숍에 가기 전, 커피숍에서의 주문, 커피숍을 나온 이후 등의 단계별로 어떤 감정 변화를 겪는지를 고객여정 맵으로 만들었다. 이 맵을 통해 상황에 따른 소비자 유형별 요구사항을 소비자 관점에서 파악하기 위해서다.

꼭 고객여정을 파악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마케터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위픔을 떠올리는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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