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블록체인 즉문즉답 토크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해시드)
7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블록체인 즉문즉답 토크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해시드)
"참으로 답답합니다. 당국의 시각에는 아직 '가상화폐(암호화폐)는 역사상 가장 우아한 사기'라는 잔상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여당 중진으로 금융 당국의 관할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블록체인 즉문즉답 토크쇼'에 참석해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당국의 요지부동 태도를 이같이 지적했다.

국가미래전략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전·현직 정치권 인사들과 블록체인 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블록체인 정책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민 위원장은 "블록체인 분야도 정무위 소관인데 여전히 정부 당국에서 기존의 부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실질적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관할 상임위원장조차도 두 손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국내 암호화폐 공개(ICO) 프로젝트를 전수조사한 결론은 프로젝트로 시행이 되거나 성공한 예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잘 대처했다고 자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들어 반전 분위기는 형성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대기업들 중심으로 암호화폐 산업 육성에 나서기 때문. 민 의원은 "우리 정부도 (암호화폐 산업을) 재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시점에 계기가 생기면 규제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7일 이재수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이 ‘블록체인 즉문즉답 토크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해시드)
7일 이재수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이 ‘블록체인 즉문즉답 토크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해시드)
최근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부산시의 유재수 경제부시장은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기존 금융시장 잣대로 평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 부시장은 "ICO 시장은 기존 유가증권시장과는 다르다. 100개 중 99곳이 망해도 하나만 성공하면 되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며 "ICO 시장을 열어놓은 싱가포르가 지금 투기 조장으로 난리가 났나. 전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여당 소속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정부 태도가 종전에 비해 변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다행히 부산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가 지정됐다. 우선 기존 사업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시작해서 향후 암호화폐까지 나아가자는 복안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전 경제부총리)은 "100년 전 산업혁명 당시 기계 도입에 따른 일자리 공포가 나왔지만 결국 일자리는 더 늘어났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시대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한데 당장 블록체인 개발에 어떤 규제가 걸림돌이 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테라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와 기존 금융권의 협업이 완벽하게 차단돼 있다"고 토로했다. 사업에 가장 기본적인 은행 계좌 개설마저 어려운 데다 암호화폐와 연결 자체가 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

신 대표는 "기업은 좋은 서비스를 내놓고 고객들에겐 선택권이 주어져야 하는데 모든 옵션이 철저히 차단된 게 현실"이라며 "예컨대 금융결제원이 '오픈 뱅킹'을 통해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들이 모든 은행들과 연결해 협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내놓는데 암호화폐는 참여할 수 없게 제한했다. 혁신을 하려면 암호화폐 분야에도 선별적으로라도 오픈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사진=해시드)
김서준 해시드 대표(사진=해시드)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서 토큰 발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사실 이미 다들 해외에서 하고 있다. 왜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비싼 변호사비나 법인 설립비용, 세금까지 지불하며 기형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 ICO를 진행한 프로젝트들의 암호화폐는 국내 거래소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노출되지만 국내 기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꽁꽁 묶어놓았단 얘기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한국은 '소비 국가'로만 있으라는 것이다. 생산 국가가 될 수 없는데 소비만 할 수 있는 기형적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투자사들이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분야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전문 투자 펀드들이 참여할 수 없도록 막아놔 전문가 분석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일반 유저들에게 노출돼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법으로 나와있는것도 아니고, 창구 지도 같은 형태로 하지 말라는 식으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이 이렇게 왜곡되고 정보비대칭이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역설했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는 "심지어 암호화폐가 없는 순수 블록체인 기술기업조차도 난관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역화폐를 블록체인을 통해 발행하는 것도 특구를 통해서만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는 “비즈니스 전개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오픈해 실질적인 특구로서 블록체인 기반 회사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