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600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역발상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지수 하락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일명 ‘곱버스’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꾸준히 오르고 있는 삼성전자를 너무 일찍 매도해 이중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곱버스 개미'의 눈물…한달 수익률 -10%

1주일 순매수 2000억원 넘어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주일(5월 29일~6월 5일)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입한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개인은 이 상장지수펀드(ETF)를 1주일간 208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위인 POSCO홀딩스엔씨소프트 순매수 금액의 거의 두 배였다. 한 달 누적 순매수 규모도 3315억원에 달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곱버스로 불리는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 등락률을 매일 역으로 두 배만큼 추종한다. 약세장에서도 일간 증시 하락률의 두 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지수가 오르면 돈을 잃는 구조다.

개인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코스피지수는 최근 한 달간 4.58% 상승했다. 이 기간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투자한 개인은 10.14% 손실을 봤다.

문제는 코스피지수가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당분간 지수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개인들은 한 달간 삼성전자를 2조459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면서 외국인 수급을 억누르던 원화 약세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투자 땐 원금 다 잃을 수도”


‘지수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겠다’는 투자자도 있지만, 이조차 쉽지 않은 전략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곱버스는 장기투자할수록 불리해지는 상품이다. 투자 기간 전체가 아니라 하루 등락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수 상승세가 지속되면 투자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여기에 일반 ETF보다 높은 보수(0.64%)도 더해진다.

오는 8일 예정된 선물 만기도 부담이다. 선물은 주식과 달리 만기가 있다. 한국은 3, 6, 9, 12월의 둘째주 목요일이다. 선물 만기일이 다가오면 ETF 운용사는 만기가 임박한 선물을 팔고 그 다음 만기의 선물을 산다. 현재 시점에선 코스피200 3월 만기물을 팔고 6월 만기물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만기가 먼 원월물이 근월물보다 비싸기 때문에 ‘롤오버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ETF 시세에 반영돼 투자자의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한 ETF운용사 대표는 “곱버스 상품은 장기 투자 시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을 정도로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며 “단기에 소액만 헤지(위험 회피) 용도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