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전해액을 생산하는 엔켐이 상장 후 반년도 안 돼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다. 대규모 수주에 투자 확대로 불가피한 선택이란 의견과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우려로 논란이다.

엔켐, 대규모 자금조달 논란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엔켐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을 추진 중이다. RCPS는 의결권을 행사할 순 없지만, 나중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반면 RCPS가 보통주로 전환하면 주식 가치가 희석된다.

시장에선 엔켐으로부터 전해액을 공급받는 주요 고객인 SK온 등 SK그룹 계열사가 일부 참여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SK온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정했다. 회사도 전략적투자자(SI)와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아니라 일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 수요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켐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해액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50% 이상으로 국내 1위 회사다. 올해 초 연 6만5000t의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총 22만5000t으로 늘리겠다고 했다가, 최근엔 50만t 수준으로 더 확대했다. 주요 고객인 SK온이 포드와 설립한 미국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수주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회사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지 5개월 만에 대규모 자금조달을 재차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작년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엔켐은 한 달 만인 11월 10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투자금 소요가 예정됐다면 공모 시점에 신주 발행 비중을 늘려 자금 확보에 나섰어야 했다”며 “5개월 전 상장 준비 과정에서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