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뒤 비상장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상장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주요 플랫폼에서는 야놀자, 마켓컬리 등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큰 종목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는 14일 숙박 예약 플랫폼인 야놀자 주식 거래 가격이 8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1만2500원)에 비해 6.4배로 급등했다. 역대 최고가다. 거래 기준 시가총액은 6조9000억원대에 이른다. 다만 7만원에 매도 호가가 있어 실제 거래 가격과 시가총액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도 지난해 말 2만8000원에서 현재 5만원으로 78.6% 올랐다. 상장을 추진 중인 인기 게임 ‘배틀 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은 올 들어 11.5% 올랐다. 이들 종목의 거래량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상장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IPO 흥행과 쿠팡의 상장 소식 영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9~10일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3조6198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한국 IPO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주당 35달러)은 상장 직후 이틀간 거래에서 40% 가까이 오르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872억달러로 99조원을 넘는다. 컬리도 올해 중 뉴욕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컬리의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비상장주식은 거래량이 적고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비상장주식 가격이 상장 후 가격보다 싸다는 보장도 없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상장 직전 주당 30만원 선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지난 12일 종가 기준 주가는 22만8000원이다. 일반투자자들이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전환하는 시기인 만큼 높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IPO 흥행 행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