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펀드의 추락
고위험 상품에 몰리는 개미들
적립식 투자는 구닥다리 취급…ELS·브라질채권에 목돈 '단타'

2000년대 중반 직장인 사이에서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었다. 월 50만~100만원씩 꼬박꼬박 넣어 연 20~30%의 수익을 올린 사람이 많았다. 월급쟁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1억 만들기’ ‘3억 만들기’ 등의 이름을 내건 펀드들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모펀드 시장이 내리막을 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펀드에 대한 불신은 안정적으로 금융자산을 굴릴 수 있는 적립식 투자문화까지 외면하게 했다. 대신 목돈을 굴리는 고위험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브라질 채권,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재테크 시장을 꿰찼다.

2016년 ‘녹인(knock-in) 사태’ 잊었나

공모펀드가 외면받고 적립식 상품이 줄어들자 금융회사들은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상품 판매에 주력했다. ELS와 브라질 채권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ELS(주가연계사채 포함) 발행 규모는 71조2954억원어치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17조7627억원어치가 발행됐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지수가 계약 시점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보통 연 5~10%)를 주는 상품이다. 만기는 보통 3년이다. 6개월마다 기초지수가 일정 범위에 있으면 조기상환 기회를 준다. 상품 특성상 단기에 많은 금액을 거치식으로 넣는 투자자가 많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ELS는 상당히 복잡한 구조의 파생금융 상품”이라며 “충분한 금융지식 없이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 등 판매사들이 ELS를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기초지수가 급락해 ‘녹인 구간’(설정된 지수 범위를 밑도는 구간)에 진입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ELS는 최대 100%까지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다. 2015~2016년에도 기초지수로 자주 활용되는 홍콩 H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대규모 녹인 사태가 발생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해외 ELS는 주로 기관투자가가 다른 자산을 헤지(위험 분산)하기 위해 일부 자산을 배분하는 파생상품”이라며 “개인을 중심으로 한 국내 ELS 시장의 급격한 팽창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채권도 비과세 상품이라는 점을 앞세워 공모펀드의 빈자리를 채웠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국내 주요 증권사가 판매한 브라질채권 규모는 6조1680억원어치에 달한다. 브라질채권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인 초고위험 상품이다. 2015년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금액의 절반이 날아간 적도 있다. 지난해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브라질 헤알화가 급락하면서 손실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서민의 재테크 상품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남은 펀드 투자자는 ‘단타’로

그나마 남은 국내 펀드 투자자는 ‘단타’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반토막 공포’를 체험한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률이 손실 구간만 넘어서도 서둘러 돈을 빼는 경우가 많다. 단기 손실을 버티더라도 지수 반등으로 펀드 수익률이 회복되면 너도나도 환매에 나서기 바쁘다.

ETF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단타에 매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많이 팔린 ETF는 KODEX 레버리지(8449억원 순매수),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7558억원)였다. 각각 코스피지수와 코스닥150지수 상승률의 두 배가량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는 지수가 하락하면 손실도 두 배로 커지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역시 장기 투자하기에 부적합한 상품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넣어 목돈을 마련하는 적립식 펀드가 직장인의 자산 형성에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 대표는 “재테크의 기본 원칙은 장기·분산투자인데, 적립식 펀드는 여기에 잘 부합하는 상품”이라며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자산만 분산하는 게 아니라 적립식 투자를 통해 시간도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공모펀드가 몰락하면서 적립식 투자를 할 만한 매력적인 상품이 마땅찮은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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