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가 9,500선,나스닥이 1,500대로 밀리면서 월가가 지난해 9·11테러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국내외에서 악재가 쏟아지는 지금 분위기로선 이 두 지지선이 무너지면 그 다음 바닥은 어느 선까지 내려갈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월가 분석가들은 그래서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금요일(7일) 급락하던 주가가 오후 들어 반등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바닥권이 확인됐다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적·심리적 반등 기대심리 이외에 주변 여건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중동과 인도·파키스탄의 긴장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지난 주 인텔의 수익 악화 경고와 타이코인터내셔널의 탈세 파문은 시장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했다. 인텔과 타이코로부터 예상치 못한 강력한 펀치를 맞은 월가는 뜻밖의 실업률 감소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우가 3.4% 떨어진 9,589.67로 지난해 11월12일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나스닥은 무려 4.97% 곤두박질친 1,535.48로 지난해 10월2일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S&P500도 3.7% 떨어진 1,027.53으로 작년 9월 말 이전으로 돌아갔다. 월가 전략가들은 "값싼 주식을 사겠다는 '바겐 헌팅'세력과 이미 투자심리를 꺾여 버린 매도세력이 맞서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주는 어느 세력이 강한지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에는 도·소매판매동향 산업생산 재고지수 소비자감정지수 등 거시경제지표들이 대거 발표되는 데다 그래픽디자인 소프트웨어메이커인 어도비시스템스의 수익 발표가 예정돼 있어 기술주 동향을 다시한번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주 시장 하락의 직격탄은 인텔 쇼크 때문이었다. 2분기 매출목표를 62억~65억달러로 지난 4월 예상했던 64억∼70억달러보다 낮춰 잡은 것이 충격의 시발점이었다. PC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수요를 반영해 주는 것으로 기술주 경기회복이 당분간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였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경기회복의 시그널로 기술주 업체들의 수요증가 신호를 기다리던 투자자들에겐 경악에 가까운 일이었다. 인텔 주가가 발표 당일인 목요일(4%)보다 다음날 더 큰 폭(19%)으로 하락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폭발력이 커지는 악재였다는 설명이다. '지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인텔은 8개월 만의 최저 수준인 주당 22달러까지 떨어졌다. 데니스 코즐로우스키 전 회장의 탈세사건으로 불거지면서 충격을 받은 타이코인터내셔널은 주중에 한때 반등양상을 보였었다. 그러나 탈세와 분식회계에 대한 수사가 회사 간부들에게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7일 주가는 31%나 폭락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타이코 충격으로 GE 하니웰 등 대형 자본재 생산업체들도 3.4%와 6.4%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그동안 잘 나가던 자동차 판매가 지난 5월 5% 줄어들면서 자동차주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이 특징이었다. 최대 메이커인 GM이 주당 58.35달러로 6.1% 떨어졌고 포드도 16.55달러로 6.2% 하락했다. 부품 공급업체인 보르그 와너도 6.5% 떨어진 60.77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