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90.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제네시스 G90.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제네시스가 마지막 내연기관 플래그십(기함) 신차나 다름없는 'G90'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이제는 벤츠 S클래스에 대적할 만한 품격을 갖췄다고 봐도 무리 없다는 평가가 나올 만했다.

지난 11일 경기 용인 제네시스 스튜디오인 '제네시스 수지'에서 광주 곤지암 CGV를 거쳐 수원컨벤션센터까지 약 70km 구간에서 G90를 시승했다. 뒷좌석에 앉아 가는 쇼퍼드리븐도 25분가량 체험했다.
제네시스 G90 헤드램프. 역대 제네시스 중 가장 얇다.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제네시스 G90 헤드램프. 역대 제네시스 중 가장 얇다.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G90는 부드럽지만 강하다. 저속에서도 힘을 충분히 끌어올려 과격한 가속을 차단한다. 회장님들이 주로 타는 차량인 만큼 낮은 엔진 회전(RPM) 영역에서도 잘 나가게끔 설계해 놓았다. 최상위 트림인 롱휠베이스 모델에 들어간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가 일반 세단에는 장착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편안한 주행감을 유지했다.

G90 일반 모델은 3.5 터보 엔진 탑재로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54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롱바디 모델 성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승차감이다. 차가 한 겹 코팅된 것처럼 안정적이다. 거친 파도에도 흔들림 없는 '항공모함' 같은 느낌을 받았다.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영향이다. 이 서스펜션의 강점은 차량 무게, 노면·주행 조건과 관계없이 일정한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것.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을 통해 사전 인지한 전방 상황을 계산해 서스펜션 감쇠력과 차고를 미리 조절하는 지능적 기능도 포함됐다.

주행시 웬만한 소음은 다 걸러낸다. 이중 접합 유리와 흡음재를 차량 전면에 두르고, 소음 저감 기술을 장착한 결과다.

후륜 조향 기능은 뒷바퀴가 저속에서 4도, 고속에서 2도 꺾이는 것만으로는 체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겼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유턴할 때 회전반경이 확실히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다만 고속 주행 때의 후륜 조향 효과는 미미했다.
제네시스 G90 실내.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제네시스 G90 실내.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G90의 핵심은 첨단 기능이 집약된 편의 사양이다. 특히 눈에 띈 건 자동문 기능이다. 제네시스 최초로 적용된 이 기능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차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열린다. 닫힐 땐 100% 완전히 닫히지만, 열 때는 옆 차와의 거리를 감안해야 하는 만큼 10cm 정도만 열어준다. 무거운 차문을 여는 수고를 일부 덜어주는 셈이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수동형 레버는 도어 하단에 위치했다.

조명, 향기, 배경음악, 커튼 등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무드 큐레이터'와 '향기 시스템' 등 감성 옵션도 제네시스 최초로 들어갔다. 벤츠 S클래스와 유사한 흐름이지만 고급차의 품격이 느껴지는 섬세한 옵션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드 큐레이터는 총 4가지 분위기 모드를 제공한다. 기분에 따라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향기 종류는 3가지 중에서 변경 가능하며 세기도 조절된다. 다만 새 차 특유의 향이 더 셌던 탓인지 주행하는 동안 향기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제네시스 G90.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제네시스 G90.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VIP를 위한 2열 시트에는 레그 레스트와 풋 레스트가 들어간다. 레그 레스트와 풋 레스트를 펼치면 동승석 시트가 앞쪽으로 접히면서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시트를 앞뒤로 이동시킬 수 있어 성인 남성의 키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듯했다. 레그 레스트·풋 레스트 각도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풋 레스트에는 열선·통풍 시트 기능도 포함됐다. 뒷좌석 암 레스트 수납함에는 살균 기능이 적용됐다.

외관은 웅장함과 젊은 감성이 뒤섞인 분위기다. 전면 크레스트 그릴이 회장님 차다운 고급감을 살린다면, 후면 2줄 램프와 뒷부분 휀더 쪽 과감한 패임은 '달리는 차'를 연상시킨다. 가장자리가 볼록하게 솟은 전면 후드와 사이드미러 속 튀어나온 뒤쪽 휀더를 운전석에서 보고 있자니 마치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제네시스 G90.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제네시스 G90.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실내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GV80, G80 등 아래 단계 차량에도 들어간 14인치 디스플레이 대신 12인치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건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현대차는 "디자인적 요소를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말이 많이 나올 듯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알루미늄과 유리 조합의 센터페시아 조작계도 고급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장재훈 현대차·제네시스 사장은 G90의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치를 2만대로 제시했다. 국내 럭셔리 세단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치다. G90은 지난달 14일 진행한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2000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목표치의 60%에 달하는 규모라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G90 일반 모델 가격은 8957만원부터 시작한다. 시승차는 기본 모델에 퍼스트 클래스 VIP 4인승 시트 등이 적용된 풀옵션 모델로 1억3000만원대까지 뛴다. 롱휠베이스 모델 가격은 1억6557만원부터로 모든 옵션을 적용하면 2억원에 육박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