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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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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의정갈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2024년 2월 이후 20개월 동안 지속된 갈등이 의료 현장에 깊은 상흔을 남긴 여파다. 의사 집단이 속속 노동조합으로 결집하며 병원 곳곳에서 노사 간 충돌이 이어지고,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임의와 신규 전문의까지 줄어 병원의 진료 역량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잦아진 노조 궐기에 병원은 소송 ‘몸살’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전국 250개 수련병원 가운데 43개 병원에서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마치고 교섭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이 노조에는 지난 9월 기준 전국 전공의의 약 40%에 이르는 3950여 명이 가입해 있다. 전공의노조는 적정 임금과 초과근로 보상, 휴게시간 확보, 수련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의정갈등 종료 1년…병원 파업·수련 공백·인력난 '후유증'
전공의노조와 병원 간 갈등은 임금 협상과 교섭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중앙대의료원에서는 임금 산정 기준을 둘러싼 교섭이 결렬돼 전공의노조가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조정회의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총파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섭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건국대병원과 서울의료원, 서울아산병원은 노동위원회의 재심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공의 직군을 일반 직원과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해 독자적으로 교섭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지가 쟁점이다.

노조를 통한 근로조건 개선 요구는 전공의를 넘어 의대 교수와 봉직의로도 확산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노조는 연가보상비와 연장근로수당 등을 놓고 학교 측과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달 ‘1병원 1의사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서울대병원은 노사 협상 타결로 28일 예고된 파업을 피했지만, 인력 부족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간호사가 주축인 노조는 숙련 간호사들이 진료지원(PA) 업무로 이동하고, 수술 간호사로 구성된 ‘코어팀’이 전공의 공백을 메우면서 일반 간호 현장의 인력난이 심화했다고 주장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정갈등 이후 간호사, 의사들의 파업이 비일비재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술 참여해도 집도 경험 ‘태부족’

의정갈등 종료 1년…병원 파업·수련 공백·인력난 '후유증'
진료 현장의 혼란 속에 전문의 수련이 부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과 전공의 1년 차는 수련 교과과정에 따라 수술 참여 100건을 채워야 하지만, 보조 역할에 그쳐 직접 집도하며 술기를 익힐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과 전공의는 “1년 차 때 수술을 집도해본 게 4건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동기들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1년 차 외과 전공의는 맹장, 2년 차는 탈장, 3년 차는 담낭절제술을 경험해야 하는데 보조 등 제한적인 역할로 참여 건수를 채워 직접 집도가 ‘0건’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공의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지도와 피드백받을 교육시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올해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5시간인데 강의, 발표, 시뮬레이션 등 핵심 교육활동을 위해 보장된 보호수련시간은 평균 4.1시간에 그쳤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15시간 걸리는 수술에 참여하다가 시간 상한을 넘기면 수술방을 나가야 하는 구조”라며 “근무시간 축소 추세에 맞춰 술기를 숙련할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병원의 진료 실적도 의정갈등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립대병원의 평균 병상 가동률은 2023년 73%에서 2025년 5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술 건수도 약 19만 건에서 14만 건으로 24.5% 감소했다.

대학병원의 진료 역량 저하는 응급의료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 응급실의 수용곤란 고지 건수는 2023년 5만8520건에서 의정갈등이 본격화한 2024년 11만33건으로 늘었고, 2025년 11만9990건에 달했다. 119 이송 환자의 현장 도착부터 병원 도착까지 30분을 넘긴 비율 역시 2023년 1.9%에서 2024년 3.8%, 2025년 5.2%로 높아져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전임의 거쳐 교수로…후속 인력 확보도 차질

전공의 공백을 메운 교수와 전임의의 업무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전문의 취득 후 추가 수련을 거쳐 교수로 남으려는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올해 서울대병원은 전임의 421명을 채용하려고 했지만 다섯 차례 모집 끝에 215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충원율은 51.1%였다. 대한신경외과학회에 따르면 뇌종양 분야 전임의 1년 차 지원자는 2018년 9명에서 2025년 3명으로 줄었다.

전문의 공급도 감소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2026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는 2135명으로, 의정갈등 이전인 2023년(2861명)보다 25.4% 줄었다. 신규 전문의 공급 차질에 전임의 미충원까지 겹치면서 고난도 진료와 후속 세대 교육을 맡을 인력 기반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의사가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병원이 운영되는 구조에서는 업무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며 “필수의료 진료의 적정한 보상과 형사처벌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가 뒷받침돼야 젊은 의사들이 대학병원에 남을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총/류병화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