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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봇 주도권 반드시 확보해야"
미래에셋 신규 M&A 추진…"29일 이사회 상정 예정"
"연봉 3억 포기하고 창업…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도 6개월 정도 기다리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첨단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6개월 뒤 주가 반등
박 회장은 27일 서울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열린 ‘경희대·한경비즈니스 인사이트 포럼’ 특별강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없으면 엔비디아도 돌아가지 않는다”며 “한국은 반도체와 로보틱스 산업에서 반드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전기차 스타트업까지 포함하면 자동차 회사는 세계적으로 300개가 넘지만 메모리 반도체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4개 정도”라며 “AI 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반도체 고점론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서도 “수익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는 6개월 정도 기다리면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익을 배당으로 돌리는 대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박 회장은 “배당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미국은 금융과 소비가 이끄는 나라이지만 한국은 제조업이 이끄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은 경기순환에 따라 좋았다가도 갑자기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며 “한국은 중국처럼 내수시장이 큰 것도 아니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배당만 늘려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기자본이 약 7조원인데 저는 배당을 받지 않는다”며 “인수합병(M&A)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국가 전략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개인의 삶은 5~10년, 기업 경영은 10~20년, 국가 경영은 30년을 내다봐야 한다”며 “우리는 사고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미래 성장 산업에서 기회 찾아야”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팁 문화를 활성화하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내놨다. 박 회장은 미국 뉴욕과 하와이의 팁 문화를 예로 들며 “시간당 얼마를 받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팁 문화를 활성화하면 일하는 사람들도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유한 사람들이 돈을 쓰고 사는 것이 좋은 사회”라며 “부자들이 돈을 쌓아두고 자식에게 모두 물려주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해야 서비스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이날 강조한 장기투자 철학은 미래에셋의 창업과 글로벌 진출 과정에도 반영돼 있다. 그는 증권회사에서 전국 1등 지점장으로 승승장구하던 1997년 돌연 창업을 선택했다. 당시 연봉은 3억원에 달했다. 그는 “강남 아파트 10채를 살 수 있는 돈이었는데 직장 상사들이 어떻게 그걸 포기하느냐고 했다”고 회고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난 이유는 고객에게 정직한 금융회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당시 한국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고객들이 피해를 보는 시스템을 바꾸고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에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진출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도 되지 않는데 국내 자산에만 투자하면서 고객에게 자산배분을 제공한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판단했다. 박 회장은 “나머지 98%의 시장을 놔두고 한국 주식만 좋다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M&A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조만간 미래에셋의 새로운 M&A가 하나 더 발표될 것”이라며 “오는 29일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본토에서 추진 중인 M&A도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의 인수 전략은 과거와 달라질 것"이라며 "운용자산이 많은 회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AI와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자산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미래 금융산업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청년들에게는 현재 인기가 높은 직업보다 미래에 성장할 산업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하다”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능력을 강조했다.
"AI 시대에는 초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마음이 따뜻하고 감동을 주는 사람이 중요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일시적 성공이 아니라 자기혁신을 통한 성장의 여정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전예진/이선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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