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수출 호조와 첨단 제조업 생산 확대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4.5%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 가능성이 커졌다. AFP
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수출 호조와 첨단 제조업 생산 확대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4.5%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 가능성이 커졌다. AFP
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4.5%로 반등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인공지능(AI) 관련 첨단제품 수출과 제조업 생산이 성장을 이끌면서 중국 정부의 연간 성장률 목표인 4.5~5%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해외 수요와 제조업 생산에 의존하는 불균형한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률 반등으로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필요성은 줄었지만 내수 회복과 부동산시장 안정은 여전히 중국 정부의 핵심 과제로 남았다.

수출 호황에 가려진 내수 침체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2분기 성장률 4.3%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4.4%도 웃돌았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1.2%로 2분기 0.9%보다 높아졌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지난해 5% 안팎에서 4.5~5%로 낮춘 상태다.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연간 목표치 하단인 4.5% 달성에 대한 부담은 줄었다. 마오성융 중국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3분기의 안정적인 경제 운영이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한 좋은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고 국내 수요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성장률 반등의 일등 공신은 수출이다. 중국의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3% 급증했다. 세계적인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와 첨단기술 제품 수요가 중국 제조업을 뒷받침했다. 전기차와 각종 소비재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올해 중국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규모인 1조2000억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내수 부진이 성장률에 미치는 충격을 일부 상쇄했다.

산업생산 지표에서도 제조업의 상대적인 강세가 확인됐다. 9월 일정 규모 이상 공업기업의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8월 증가율 5.2%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1~3분기 산업생산 증가율은 5.3%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한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경제가 성장을 지탱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8월 0.4%보다 개선됐지만 산업생산 증가율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 1~3분기 누적 소매판매 증가율도 1.1%에 머물렀다. 특히 자동차를 제외한 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3.9%로 자동차 판매 부진이 전체 소비 지표를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국 소비 현장에서는 가계의 지출 축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용 불안이 소비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투자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1~3분기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1~8월과 같은 감소율이다. 제조업 투자는 2.1%, 인프라 투자는 4.2% 각각 줄었다. 부동산 개발투자는 20.6% 급감해 1~8월의 19.9% 감소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침체가 가계 자산과 소비심리뿐 아니라 기업 투자까지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수출 호조와 첨단 제조업 생산 확대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4.5%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 가능성이 커졌다. AFP
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수출 호조와 첨단 제조업 생산 확대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4.5%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 가능성이 커졌다. AFP
부동산 가격에선 일부 안정 조짐도 있다. 9월 중국 주요 70개 도시 가운데 1선 도시의 신축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1%, 기존 주택 가격은 0.2% 올랐다. 2·3선 도시의 주택 가격 하락폭도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투자의 급격한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 본격적인 회복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수출 질주에 커지는 무역 갈등

이같은 경제 불균형은 통상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의 견제가 거세지고 있다. EU는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추가 통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수출이 중국 성장률을 떠받칠수록 해외 보호무역주의에 노출되는 위험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인프라와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저리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주택담보대출 이자 지원과 지방정부 재정 지원 등 추가 부양책을 내놨다. 다만 시장에선 예상보다 양호한 3분기 성장률이 당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필요성을 낮췄다는 관측이 나온다.

헬렌 차오 뱅크오브아메리카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중국 정부가 현 수준의 경기부양 정책을 유지하면서 제한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1~3분기 성장률이 연간 목표 구간의 하단을 웃돌고 있어 4분기에 정책 기조를 크게 바꿀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출 중심 성장의 지속 가능성에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의 미셸 람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계소득과 소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전환이 없다면 저물가와 성장 둔화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연간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제조업 생산과 가계 소비 사이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경기 회복의 체감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컨퍼런스보드 중국센터의 장위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거시경제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중국 경제가 여전히 공급과 생산 측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성장 구조는 단기적인 경제성장과 산업 고도화를 뒷받침하지만 가계 소비와 서비스 수요,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경제 회복이 더욱 균형 있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