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대비 실적 증가세 둔화
인플레·지정학적 불안 등 영향
"美 소비가 성장주도" 낙관론도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미국 대형 은행이 올 3분기에 2분기 수준의 호황을 못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수료 수익원 중 주식 거래는 활발했지만, 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 거래가 둔화한 영향이 컸다. 시장에선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월가 금융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JP모간, 골드만삭스, 씨티,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은행 네 곳은 13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네 곳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순이익이 증가했다. JP모간의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01억7000만달러, 153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 6.4% 늘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의 3분기 순이익은 각각 52억9000만달러, 52억5000만달러로 작년 3분기 대비 29.1%, 39.8% 급증했다. 이들 실적은 시장 추정치에도 대체로 부합했다. JP모간은 주당순이익(EPS)이 컨센서스를 4.8% 밑돌았지만, 나머지 세 곳은 최대 30.6%(골드만삭스) 웃돌았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씨티 주가는 5.6%, 웰스파고 주가는 3.1% 빠지는 등 실적을 공개한 금융주 네 곳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월가 대형 은행이 누린 호황의 강도가 약해진 데 주목한 영향이 컸다. 네 곳 모두 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3.3~12.5%, 순이익은 7.1~27.6%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 여파로 은행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채권 트레이딩 실적이 부진한 것이 시장 우려를 키웠다. JP모간은 이날 3분기 실적에서 채권·외환·원자재(FICC) 트레이딩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들었다. 골드만삭스의 FICC 거래 관련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줄었다.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은행 경영진은 실적 전망에 관해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JP모간은 대규모 재정적자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높은 자산 가격, 금리 상승, 지정학적 불안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달부터 기업, 사모펀드(PEF) 등 고객사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같은 기업 자금조달 활동이 둔화한 것도 부담 요인으로 평가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이달 초 약 2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여파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낙관론도 나온다. 대출 연체율과 예금 잔액 등 개인 소비와 관련해 이상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JP모간의 3분기 신용카드·직불카드 사용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고 웰스파고와 씨티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각각 11%, 12% 늘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잘 버텨왔다”며 “소비가 성장의 상당 부분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