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화물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여객 사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마침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해상 운임이 오르면서 항공 운송을 찾는 화주가 늘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등 첨단 산업제품 운송 수요도 커졌다. LCC가 운영하는 화물 운송 노선이 연내 90개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말까지 화물 노선 92개로 확대

LCC, 새 먹거리 '고수익 화물노선' 띄운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내 LCC 9개사는 벨리카고 운영 노선을 현재 84개에서 연말까지 92개로 늘릴 계획이다. ‘벨리카고’란 여객기 하부 공간에 화물을 싣는 방식이다. LCC의 밸리카고 운영 노선은 2024년 61개, 지난해 75개에 이어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화물 운송 실적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LCC 9개사의 순화물 수송량은 8만7448t으로 전년 동기보다 32.2% 증가했다. 순화물은 전체 항공화물에서 승객 수하물과 우편물을 제외한 물량이다. 지난해 9월 운항을 시작한 파라타항공을 제외한 기존 8개사의 수송량만 비교해도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LCC 중 수송량 1·2위인 에어프레미아와 트리니티항공이 각각 3만842t과 2만5062t을 운송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8.2%, 8.7% 증가한 규모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나트랑과 호치민을 벨리카고 운영 노선에 추가했다. 이스타항공은 마나도·샤먼을 추가해 현재 10개에서 12개로, 에어프레미아는 삿포로·닝보·호치민을 추가해 현재 8개에서 11개로 늘린다. 트리니티항공도 지난해 17개에서 올해 20개로 늘렸다. 파라타항공은 다음달 선전에서 화물 영업을 시작한다.

◇항공화물 운임 올해 21% 올라

LCC가 화물 사업에 공들이는 것은 여객 운송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동남아시아 주요 노선에 항공사들이 몰리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도 커졌다. 벨리카고 사업은 이런 상황에서 여객기 한 편의 수익을 높이는 수단이 됐다는 평가다. 이미 운항 중인 항공기와 노선을 활용해 별도 화물기를 확보하지 않고도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항공화물 운임도 상승세다. 홍콩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일 발틱 항공화물 운임지수(BAI) 종합지수는 2606으로 지난 1월 5일보다 21.6% 올랐다.

LCC들은 최근 중대형기를 도입해 화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대형기는 소형기보다 화물칸이 넓어 한 번에 더 많은 물량을 실을 수 있다. 이들이 미주·유럽 노선을 확보하면서 아시아 중심이던 화물 운송망이 넓어지는 추세다. 트리니티항공은 에어버스 A330-900 도입에 맞춰 화물 적재량을 늘릴 계획이다. 파라타항공도 내년 2분기부터 로스앤젤레스 노선의 화물 운송 개시를 검토 중이다.

운송 품목을 고부가가치 화물로 넓히는 항공사도 있다. 한정된 화물칸에 운임 단가가 높은 제품을 실어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수출 호조를 보이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제품이 대표적이다. 트리니티항공과 파라타항공은 각각 유럽과 아시아 노선에서 반도체 부품 운송을 확대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에서 반도체 부품·의약품·신선식품 등을 운송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화물기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송준영 기자 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