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상경 기자
사진=박상경 기자
"최고의 맛은 신선함에서 나온다." 지난 1일 찾은 전북 익산의 하림 퍼스트키친과 익산공장. 곡물에서 사료, 도축, 가공, 물류와 유통에 이르는 식품 가치사슬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현장은 화려한 수식어 대신 철저한 데이터와 공정 설비로 채워져 있었다.

퍼스트키친에서는 가정의 주방 기능을 밖으로 분화시킨 대규모 가공 인프라가 눈길을 끌었다. 하림의 핵심 프리미엄 브랜드 '더미식' 시리즈 제조 공정은 치열한 개발 현장을 한 눈에 보여줬다. 즉석밥을 생산하는 K2 밥키친에서는 첨가물을 배제하고 순수한 쌀과 물로만 지어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묵은내나 시큼한 향이 전혀 나지 않고 밥알 고유의 형태와 식감이 살아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하림의 전 제품이 모여져있는 공간. /사진=박상경 기자
하림의 전 제품이 모여져있는 공간. /사진=박상경 기자
K3 라면키친의 '더미식 장인라면' 액상스프 제조 공정 역시 대형 배합기 5기를 통해 최대 40t의 육수를 90도 고온에서 가열·추출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가루 형태의 인위적 조미료 맛에서 벗어나 자연 원물 고유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고비용의 원물 투입 구조를 감내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햐림 프리미엄 브랜드 '더미식' 시리즈. /사진=박상경 기자
햐림 프리미엄 브랜드 '더미식' 시리즈. /사진=박상경 기자
이어 하림의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인 FBH를 찾았다. 총 1500억 원의 투자가 투입된 FBH는 대지 2만4061㎡, 연면적 6만4157㎡(지상 5층) 규모를 갖춘 국내 최초의 식품물류 혁신 공간이다. 식품 제조·가공 공장과 컨베이어 벨트로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택배 포장박스와 완충재 등 저탄소 부자재를 현장에서 직접 제작해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온 제품뿐만 아니라 비상온(냉장·냉동) 식품까지 한 개의 박스에 완벽하게 합포장하는 '3온도 식품 특화 자동화 무인화 시스템'도 돋보였다. 국토교통부 인증 1등급 스마트물류센터인 이곳은 1일 5만7000상자의 출고 능력을 갖추고,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배송하는 D2C(소비자 직접 판매)의 핵심 엔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직배송 플랫폼 '오드그로서'는 달걀 산란 당일, 닭고기 도계 당일 배송 등 식재료별 고유의 '피크타임'을 관리하며 도축·도계 순간부터 소비까지 관리하는 식탁 직송 체계를 갖췄다. 현장에서 닭 목살을 시식했는데 맛에 대한 입소문만 더해진다면 충분히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녔다고 할 만했다.
하림 팸투어에서는 닭을 해체하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다. /사진=박상경 기자
하림 팸투어에서는 닭을 해체하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다. /사진=박상경 기자
오후에는 연간 4억5800만 마리를 처리하는 국내 최대·최고의 닭고기 종합 처리 센터인 익산 닭고기 종합처리 센터를 방문했다. 도계에선 물 대신 '바람'을 쓰는 에어칠링 시스템을 도입해 교차 오염에 대한 우려를 원천 차단했다. 이어진 닭 해체 견학을 통해 살아있는 생닭이 가장 위생적이고 신선한 상태로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복잡한 물리적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됐다. 94%에 달하는 계약사육 농가 참여 비율(472개 농가)과 통합 계열화 시스템은 이러한 품질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 사업 전략도 특기할 만했다. 인구는 줄어들지만 시장 내 경쟁자가 없어 오히려 탄탄한 블루오션이라는 설명이다. 성인식 대비 나트륨을 낮추고 100% 국내산 원재료와 한우, 유기농 쌀을 사용한 점, 아이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동물 캐릭터와 CM송 요소를 녹여낸 기획은 이 시장이 지닌 실질적인 생존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또한, 서울시청 인근에 마련된 '장인라면 체험식탁(X-Table)'은 퍼스트키친의 제품을 도심 속에서 직접 맛보고 소통하는 안테나숍이자 열린 연구 공간으로 하림의 철학을 확산하고 있었다.

화려한 마케팅 대신 수천억 원의 물류·제조 인프라에 투자하며 '신선함'이라는 본질에 집중한다는 하림의 기조가 여실히 드러나는 현장이었다. 공장과 물류센터를 하나의 혈관처럼 엮어낸 인프라가 얼마나 저력을 발휘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익산(전북)=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