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금융당국의 시가총액 미달 기업 관련 규정에 제동을 걸었다. 기업의 소명 기회를 배제한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조항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면서다. 한국거래소의 시총 미달 기업 상장폐지와 부실기업 퇴출 방침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주연테크와 코스닥시장 상장사 케이엠제약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인용했다. 이에 따라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두 회사의 상장폐지와 정리매매는 전면 중단된다.

재판부는 시총 미달 기업에 대해 이의신청과 소명 기회를 배제한 한국거래소 규정을 문제 삼았다. 기업의 절차 참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2027년 1월 시행될 예정이던 유가증권시장 300억원, 코스닥시장 200억원의 상장폐지 기준 상향을 올 7월로 앞당긴 부칙 역시 구체적 필요성이 결여된다고 봤다.

법원이 상장폐지 관련 한국거래소의 규정 조항을 무효로 보면서 다른 상장사들의 상장폐지 역시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퇴출 위기에 처한 코스닥 기업이 잇달아 가처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총 요건에 미달해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 핀텔과 메디콕스도 서울남부지법에 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시총 기준 상향 이후 상장폐지 절차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결정이 비슷한 사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goodwi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