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씨 등은 경북 지역에서 관광농원 시설 조성에 나서면서 진출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에 인근 저수지 부지 2423㎡ 중 9㎡의 사용허가를 신청했다. 공사는 마을 주민 14명의 반대 민원을 이유로 환경 훼손과 수질오염 가능성에 대한 별도 조사 없이 이를 거부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주민 반대 민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공사는 권익위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권익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2025년 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청구인의 손을 들어주며 행정기관에 처분을 다시 하도록 한 사건은 2458건이다. 이 가운데 행정기관이 권익위 재결을 이행하지 않은 사건은 122건이었다. 미이행 사건은 2022년 15건, 2023년 25건, 2024년 22건에서 지난해 60건으로 늘었다.

미이행 기관에는 법무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뿐 아니라 경찰관서, 지방자치단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포함됐다. 사건 대부분은 정보 공개 거부 처분과 관련이 있었다. 참전명예수당 반환의무 면제 비대상 결정,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급 거부 처분, 전기사업 허가 거부 처분, 고엽제후유증환자 등급판정 처분 등 국민 재산과 건강에 직결된 사안도 있었다. 권익위는 미이행 원인으로 처분 담당자의 법리 오해 또는 인용재결 이후 다른 절차를 통해 사실상의 재처분이 이뤄진 경우 등을 들었다.

행정기관이 권익위 결정을 따르지 않을 때 이를 제지할 실질적 수단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2025년 간접강제 신청 242건 가운데 결정으로 이어진 사례는 10건에 그쳤다. 직접처분 신청 2건 중 결정된 사례는 없었다.

박 의원은 “국민이 행정심판에서 이기고도 행정기관이 재결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권리구제 제도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sth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