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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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퀄컴에 이어 엔비디아도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가격 결정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 등이 제품값을 올린 만큼 핵심 부품인 메모리 가격을 인상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가격 인상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 경우 메모리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 엔비디아 발목 잡은 ‘메모리’

23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배경에는 메모리 공급난이 있다.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제품은 AI 가속기다. 데이터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반도체 패키지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 처리하기 위한 필수 부품으로 통한다. AI 가속기가 제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D램을 여러 겹 쌓아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만든 고성능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반드시 필요하다.
엔비디아도 가격 인상…삼전닉스 협상력 커진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HBM과 D램 공급난이 심화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버용 D램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53~58% 올랐다. 3분기에도 13~18%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애플과 퀄컴에 이어 엔비디아까지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고 업계 인사들은 설명한다. 엔비디아는 매출에서 제품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률이 75%에 이를 정도로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다. 이런 엔비디아마저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 것은 메모리 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메모리 공급량이 AI 칩 생산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는 “과거 AI 서버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원가의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고 메모리 관련 비용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슈퍼乙’ 입지 굳힌 삼전닉스

당분간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칩 개발은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엔비디아의 가격 인상은 반도체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HBM과 D램을 대량으로 확보해야 한다. HBM은 기술 난도가 높고 고객사 품질 검증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신규 업체 진입이 쉽지 않다.

다만 AI 생태계의 비용 부담이 본격화하면 메모리 업체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업체 디인포메이션은 AI 칩 가격이 오르면 1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은 최소 50억달러(약 7조원)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AI 투자 열풍이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끌어냈지만, 다시 AI 투자 비용 확대로 이어져 AI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이미 프로젝트 지연과 인력 부족, 빠듯한 자본시장, 지역사회 반발 등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번 가격 인상이 복잡성을 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종환/이혜인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