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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1600억원 기업가치 떠받친 '키미 K3'의 문샷AI [차이나 워치]
부서도 직급도 없다…파격적 조직 실험
실리콘밸리 뒤흔든 '꼰대' 없는 문샷AI
내부 추천 채용…내향형 천재 집단
핑크 플로이드 앨범 50주년에 설립된 문샷AI
회의실명은 '라디오헤드' '메탈리카' 등 락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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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추천 채용…내향형 천재 집단
핑크 플로이드 앨범 50주년에 설립된 문샷AI
회의실명은 '라디오헤드' '메탈리카' 등 락밴드
널찍한 업무 공간에는 빈자리가 많았고 반팔과 반바지, 슬리퍼 차림의 20대 남성 직원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입구 앞 흰색 피아노에선 앳돼 보이는 여성이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오후 12시가 넘어 점심시간이 되자 헝클어진 머리의 젊은 직원들이 하나둘 사무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문샷AI의 한 직원은 "별도의 출퇴근 시간이나 지정된 근무 장소는 없다"며 "각자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델 훈련이 시작되면 수십만개 지표를 하루 종일 들여다 보면서 이상 신호를 추적하고 수백 시간 동안 훈련 모니터를 쳐다보는 일도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평균 30세 미만·내향형…극단적 효율 실험
문샷AI는 중국 인공지능(AI) 산업의 6대 작은 호랑이 중 하나로 불린다. 지난 7월 키미 K3 공개 이후엔 전 세계 자본 시장에서 가장 투자하고 싶은 핫한 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했다.이 모델이 오픈AI·앤트로픽 등 미국 최첨단 AI 기업의 주력 모델과 일부 핵심 성능에서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설립 3년 만에 기업가치로 350억달러(약 50조원)를 인정받았다.
현재 싱가포르·미국·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키미 K3 공개 이후 문샷AI에 투자 의향을 앞다퉈 밝히고 있다. 중국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새로운 투자 유치 과정에선 기업가치가 약 500억달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지만 문샷AI 자체는 베일에 싸여져 있다. 한국 언론 중 최초로 찾은 문샷AI 본사의 첫 인상은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AI 스타트업이라기 보단 자유로운 대학 동아리방에 가까웠다. 사무실 곳곳에는 간식 꾸러미가 쌓여져 있고, 회의실마다 리클라이너가 놓여져 있었다.
조직 구조도 독특하다. 부서와 직급, 타이틀이 없고 OKR(목표·핵심결과)과 KPI(핵심성과지표)도 두지 않는다. 알고리즘·제품개발·성장·전략 등 팀 단위 구분만 있을 뿐이다. 다른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면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조율 회의를 잡지 않고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본다.
공동 창업자들은 수십 명의 직원과 직접 연결된다. 양즈린 문샷AI 최고경영자(CEO)의 위챗(중국 최대 메신저) 상태 메시지조차 '직접 소통(直接沟通)', 이렇게 단 네 글자다.
996 대신 자율출근·친구 추천 채용
이런 조직 문화의 뿌리는 창업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1992년생인 양 CEO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들은 칭화대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 양 CEO는 학창 시절 밴드 스플레이에서 드럼을 쳤다. 공동창업자 중 일부는 기타를 연주했다. 모든 회의실에 라디오헤드, 레드제플린, 딥퍼플, 메탈리카, 퀸, 콜드플레이 등 유명 록밴드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라디오헤드 회의실에서 만난 문샷AI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키미 K3를 직접 시연했다. 직원이 지시를 내리자 게임 코드와 화면이 만들어졌다. 게임 화면을 보면서 회의실 안에 놓인 기타와 가죽 재킷, 부츠 같은 록밴드 소품을 쳐다보자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직원 비율로 따지면 문샷AI가 중국 내 1위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이 직원은 "달의 어두운 면처럼 AI의 밝혀 지지 않은 지점까지 탐색하겠다는 회사명 해석이 있다"면서도 "사실 그냥 창업자의 핀웨이(taste·品味)"라고 말했다.
문샷AI의 핀웨이는 인재 채용에서도 핵심 기준으로 작동한다. 좋은 대학이나 긴 경력보다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알아보는 안목, 남들이 포기한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을 중시한다. 물론 직원의 약 80%가 베이징대·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 출신이지만 모범생만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실제 문샷AI 직원 가운데 최소 50명은 직접 창업했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최근 1년 동안 채용한 인력을 보면 100여명은 직원의 친구나 친구의 친구를 통한 내부 추천으로 합류했다. 회사 내부에선 이를 런촨런(人传人·사람을 통해 사람이 퍼진다)이라고 부른다.
美와 격차 좁혀…올 하반기 신모델 공개
중국 AI 산업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계기였던 딥시크 모멘트. 딥시크는 문샷AI에 절망과 기회를 동시에 줬다.지난해 초 딥시크의 알원(R1)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자 문샷AI의 키미는 순식간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다만 내부 연구진은 관점을 바꿨다. "딥시크가 우리를 살렸다"는 결론이었다. 이름 없는 중국 스타트업도 기술과 모델이 충분히 뛰어나면 세계가 인정한다는 사실을 입증받았다는 판단에서다.
문샷AI는 이후 챗봇 마케팅과 단기적인 사용자 확대보다 모델 자체에 연구 역량에 다시 집중했고, 폐쇄형 전략에서 오픈소스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샷AI의 목표는 의외로 단순하다. 회의실에 붙어 있는 핵심 가치는 '에너지를 지능으로 전환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였다.
문샷AI는 올 하반기에도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모델 크기만 키우는 게 아니라 어느 새 표준으로 굳어진 학습 방식과 신경망 연결 구조 등 AI의 엔진 자체를 다시 설계해 공개할 방침이다. 더 적은 연산과 토큰으로 더 긴 작업을 처리하고, 수시간 이상 스스로 일하는 에이전트에 최적화된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