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자동차시장이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 보조금 축소와 세제 혜택 후퇴, 경기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한꺼번에 맞물린 결과다. 내수 절벽에 부딪힌 중국 업체는 남는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중국 시장 침체가 세계적인 자동차 공급 과잉을 유발하고 산업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 디플레 늪 빠진 中 자동차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한 1조9700억위안(약 419조7000억원)이다. 전체 소비재 품목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소비재 판매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0% 수준에서 7.9%로 떨어졌다. 1~2월 7.3%이던 자동차 소비 감소폭이 5~6월 16.1%까지 커지며 악화하는 추세다.
내수 절벽에…'세계 최대' 中자동차 시장, 판매 12% 뚝
판매 대수로 따지면 감소폭은 더 커진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내 승용차 판매량은 88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줄었다. 6월 판매량도 23.4% 급감하며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업계에선 정책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년간 노후 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여기에 맞춰 소비자가 미리 자동차를 구매한 것이 올해부터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는 전액 면제이던 구매세도 올해부터 5% 부과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소비자의 차량 구매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수요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구매 절벽에 직면한 중국 완성차 업체의 마케팅 경쟁도 시장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정부의 가격 할인 단속에 업체들은 무이자 할부와 보험료 지원, 현금성 보조금 지급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근무하는 중국인 장모씨는 “아무래도 ‘기다리면 더 싸진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아주 급한 게 아니면 좀 더 두고 보자는 판단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경기 둔화 속에서 위축된 가계 지출이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장기 침체와 고용 불안, 소득 전망 악화로 가계가 고가 내구재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 글로벌 車산업도 ‘비상’

완성차 업체는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완성차 업체의 평균 이익률은 1.5%까지 떨어졌다. 자동차산업 전체 이익도 약 20% 줄었다.

이는 과당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약 630개 신차 모델이 쏟아져 나왔다. 하루평균 3.5개의 새 모델이 출시돼 신차 출시 효과가 석 달을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생산라인과 부품 공급망이 증산 준비를 마칠 땐 이미 신차 열기가 식는 이른바 ‘신차 사망의 계곡’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내 외국 자동차 업체의 매출도 빠르게 줄고 있다. 올 상반기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판매량은 각각 28%, 19% 줄었다. 폭스바겐그룹의 판매량 감소폭은 31.6%에 이른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세계 자동차시장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국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중국 자동차 업체가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며 올 상반기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70.6% 급증했다. 중국 업체는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현지 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현지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가 사라진 자리를 해외 소비자로 채우겠다는 것이 모든 중국 자동차 업체의 기본 전략”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판매 가격을 떨어뜨리고 무역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