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치료비 받기위해 입원 치료
작년 하지정맥류 보험금 1000억
손보 유사 분쟁에 영향 미칠 듯
하지정맥류 수술에 실질적인 입원 필요성이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표적인 비급여 질환으로 꼽히는 하지정맥류는 고액 치료비를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입원하는 사례가 많아 보험금 지급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판결로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한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이 줄고 ‘묻지마 입원’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불필요한 입원 관행에 제동 건 법원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보험사가 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별도의 법리 판단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A사는 지난해 1월 1심에 이어 올해 2월 2심에서도 승소했다.
하지정맥류를 앓던 B씨는 2023년 3월 이틀간 병원에 입원해 첫날 오른쪽 다리, 이튿날 왼쪽 다리에 카테터(의료용 얇은 튜브)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는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이 압력을 받아 검푸르게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B씨가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자 A사는 불필요한 입원이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가 받은 카테터 수술은 이틀간 입원할 정도의 치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수술은 다리 정맥 안에 카테터를 넣어 혈관을 손상시킨 뒤 경화제를 주입해 혈관을 막는 방식으로 통상 2시간 안에 끝난다. B씨가 입원한 병원도 ‘치료 직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시술 시간은 10~20분이며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B씨가 입원 기간 유의미한 치료와 처치를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오른쪽 다리 수술 후 병원은 B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수술 후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데 그쳤다. 이튿날 왼쪽 다리 수술이 끝난 뒤 B씨는 1시간여 만에 퇴원했다. 1심 법원은 “입원 없이 B씨의 두 다리를 한 번에 수술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며 “전신마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날 다시 전신마취를 해 수술할 사정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 백내장처럼 ‘꼼수 입원’ 줄어드나
통원 치료가 가능한 질환인데 무조건 입원부터 하고 보는 것은 오래된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비급여 치료로 돈을 버는 병원뿐 아니라 환자로서도 통원보다 입원이 보험금 측면에서 유리해서다. 실손보험의 통원 치료비 보험금 한도는 20만~30만원이지만 입원 의료비는 수천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병원마다 수술비 편차가 큰 대표적인 비급여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레이저정맥폐쇄술은 전국에서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1796만원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통원 보험금 한도가 낮아 개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1박2일 입원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런 ‘꼼수 입원’이 보험금 누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비판해왔다. 국내 14개 손해보험사의 하지정맥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지난해 기준 1067억원이었다. 2022년 1075억원에서 2024년 957억원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1.5% 늘었다. 지난해 하지정맥류 환자도 39만6558명으로 전년 대비 약 5000명 늘었다.
이번 판결은 보험업계의 유사 분쟁 처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이 2022년 6월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입원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뒤 백내장 보험금 지급액이 급감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불필요한 입원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이 한층 명확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