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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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폐업한 점포 문제로 찾아오는 임대인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들이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던지는 말은 비슷합니다. "임차인이 장사를 접었다는데, 그러면 점포는 알아서 비워주는 거 아닌가요?" "가게 불은 꺼졌고 셔터는 내려갔는데, 짐과 집기는 그대로 남아 있고 임차인은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등입니다. 임대인은 폐업이 곧 점포 반환이라고 믿고 한두 달을 기다립니다.

왜 그럴까요. 임차인이 세무서에 낸 폐업 신고는 사업자등록을 정리하는 행정 절차일 뿐, 임대차계약이나 점유와는 별개의 일입니다. 가게 영업을 멈췄다고 해서 임대차계약이 저절로 소멸하지 않으며 점포에 대한 임차인의 점유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짐과 집기를 남겨둔 채 잠적했더라도 법은 그 상태를 여전히 임차인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임대인이 점포를 돌려받으려면 먼저 임대차계약을 적법하게 끝내야 합니다. 차임이 밀린 경우라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3기의 차임액에 이르는 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 해지 의사를 임차인에게 도달시킨 뒤에 비로소 점포 인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사라졌다고 해서 임대인이 함부로 문을 따고 짐을 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자력구제에 해당해 도리어 형사 문제로 돌아옵니다.

여기에 더해 폐업 사안에는 임대인이 놓치기 쉬운 한 가지 현실이 깔려 있습니다. 시간이 임대인의 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임차인이 점포를 비우지 않고 버티는 동안에도 차임과 관리비는 매달 발생하고, 그 금액은 보증금에서 차곡차곡 빠져나갑니다. 보증금은 든든한 둑이 아니라 모래시계에 가깝습니다. 방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대인이 손에 쥘 금액은 줄어듭니다. 게다가 폐업까지 이른 임차인은 자력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증금이 모두 소진된 뒤 판결을 받아내도 부족한 차임과 원상회복 비용을 추가로 회수하기가 어렵습니다. 폐업한 점포에 어느새 다른 사람이 들어와 영업하고 있거나 짐만 바뀌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렇게 점유자가 바뀌면 처음 임차인만 상대로 받은 판결로는 새 점유자를 내보내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폐업한 임차인이 먼저 짐을 빼고 열쇠를 돌려주겠다고 하면 어떨까요. 그런 경우라도 구두 약속만 믿고 기다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점포를 언제 비울지, 남은 짐은 어떻게 처리할지, 연체 차임과 보증금은 어떻게 정산할지를 합의했더라도, 그 내용을 당사자끼리 주고받은 명도 합의서로만 남겨두면 약속이 어긋났을 때 다시 처음부터 명도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사적인 합의서에는 집행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합의 내용을 법원의 조정조서로 받아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집행권원이어서, 임차인이 약속한 날에 점포를 비우지 않으면 다시 소송을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같은 합의라도 어떤 형식으로 남겨두느냐에 따라 지니는 힘이 전혀 달라집니다.

폐업 점포를 되찾는 순서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첫째, 연체와 계약 종료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임차인에게 통지해 해지의 효력을 명확히 남깁니다. 둘째, 점유이전금지가처분으로 현재의 점유 상태를 묶어 둡니다. 점유자가 중간에 바뀌어 판결이 헛도는 상황을 막는 절차입니다. 셋째, 명도소송으로 인도 판결, 곧 집행권원을 확보한 뒤 강제집행으로 점포를 비웁니다. 넷째, 연체 차임과 원상회복 비용은 보증금에서 정산하되 부족분은 별도로 청구합니다. 이 순서가 흔들리면 절차는 늘어지고 보증금만 녹습니다.

결국 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임차인이 알아서 나가 주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폐업과 명도는 서로 다른 일이라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폐업 러시 한가운데 선 임대인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비워진 점포를 되찾는 길은 임차인의 선의를 기다리는 데 있지 않고, 임대인이 제때 시작하는 절차에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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